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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플레이어에서 PCfi로, 재생 시스템은 어떻게 컴퓨터가 되었나

디지털 재생의 출발점

디지털 오디오가 가정에 들어온 것은 1980년대 초 CD의 등장과 함께였습니다. 당시 CD 플레이어는 단순한 재생 기기가 아니었습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DAC 회로, 광학 픽업, 클록 정밀도까지 모든 재생 품질이 한 기기 안에서 결정되는 구조였습니다.

그 시절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CD 플레이어의 위상은 지금의 DAC와 트랜스포트를 합친 것과 같았습니다. 브랜드마다 자체 DAC 칩과 출력단을 설계했고, 같은 CD를 틀어도 기기에 따라 소리가 달랐습니다. 재생의 질은 곧 기기의 질이었습니다.

CD 플레이어와 디지털 오디오 장비
디지털 오디오의 시작점이었던 CD 플레이어.
재생 구조는 단순했지만 내부 설계의 비중은 낮지 않았습니다.


CD 플레이어 내부에서 일어난 일

CD 플레이어의 신호 흐름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광학 픽업이 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읽고, 에러 정정 회로를 거쳐 디지털 신호가 만들어집니다. 이 신호는 DAC 칩에서 아날로그로 변환되고, 출력단을 통해 앰프로 전달됩니다.

여기서 음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DAC 칩의 특성, 아날로그 출력단의 설계, 그리고 클록의 정밀도입니다. 클록은 디지털 신호가 DAC에 도달하는 타이밍을 제어하는데, 이 타이밍이 흔들리면 지터(jitter)라는 왜곡이 발생합니다. 지터는 수치로 보면 극히 작은 편차이지만, 청감상으로는 음의 윤곽이 불명확해지거나 배음이 흐려지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 기기들은 별도의 클록 회로를 탑재하거나, 트랜스포트(디스크를 읽는 부분)와 DAC를 분리해 외부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CD 재생이 단순해 보여도 내부 설계의 비중은 결코 낮지 않았습니다.


파일이 디스크를 대체하기 시작했을 때

2000년대 들어 MP3와 디지털 파일이 보급되면서 재생 방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음질보다 편의성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FLAC 같은 무손실 압축 포맷이 등장하면서 파일 재생도 CD 수준의 음질을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재생 경로였습니다. PC에서 파일을 재생하면 운영체제의 오디오 엔진을 거치게 됩니다. 윈도우 기준으로 KMixer라 불리던 오디오 미서는 모든 소리를 일정한 샘플레이트로 리샘플링했고, 이 과정에서 원본 신호가 변형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음질에 민감한 사용자들은 이 경로 자체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ASIO(Audio Stream Input/Output) 드라이버가 그 해답 중 하나였습니다. ASIO는 원래 전문 음악 제작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저지연 오디오 인터페이스 규격인데, PC 오디오 재생에서도 운영체제 믹서를 우회하는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이후 윈도우 비스타에서 WASAPI Exclusive Mode가 도입되면서 일반 환경에서도 OS 믹서를 건너뛰고 DAC에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 가능해졌습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과도기

PC 재생이 확산되는 한편, 별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카테고리도 등장했습니다. NAS(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에 저장된 음원을 네트워크를 통해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PC 없이도 파일 재생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네트워크 오디오 플레이어 스트리밍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스트리밍 시대의 전환점이었지만,
완전한 개방성은 아직 확보되지 않은 단계였습니다.


UPnP/DLNA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이 방식은 PC 오디오보다 안정적인 재생 환경을 제공했지만, 소프트웨어 자유도는 낮았습니다. 지원 포맷, 재생 앱, 업데이트 주기 모두 제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Squeezebox, Sonos 같은 제품들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기기들이었고, 나름의 생태계를 형성했지만 결국 하드웨어 단종과 함께 지원이 끊기는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wiimamp ultra photo
wiim amp ultra [사진:윔앰프 공식 사이트]


이 시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PCfi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형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일 재생의 편의성을 확보했지만, 재생 품질과 유연성 면에서는 완성형이 아니었습니다.


PCfi가 자리를 잡기까지

PCfi 데스크탑 오디오 시스템 구성
PC와 외장 DAC를 중심으로 구성된 PCfi 시스템.
소스와 출력 사이의 경계가 유연해졌습니다.

PCfi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외장 USB DAC의 보급과 맞닿아 있습니다. PC에서 디지털 신호를 USB로 출력하고, 외부 DAC에서 아날로그 변환을 담당하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재생 시스템의 구성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역할의 분리입니다. PC는 파일 읽기와 전송만 담당하고, DAC는 변환 품질에 집중하며, 앰프와 출력 기기가 그 이후를 맡습니다. CD 플레이어처럼 모든 역할이 하나의 기기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각 구성 요소를 독립적으로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재생 소프트웨어 역시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Foobar2000은 오랫동안 PC 오디오 재생의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가볍고 다양한 플러그인을 통해 재생 경로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Roon은 라이브러리 관리와 멀티룸 재생을 결합한 방향으로 발전했고, 현재는 PCfi와 네트워크 재생을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의 구조가 의미하는 것

현재 PCfi 시스템에서 재생 경로는 대략 이렇게 정리됩니다. 소스 파일 → 재생 소프트웨어(OS 믹서 우회) → USB 또는 S/PDIF로 외장 DAC 전달 → 아날로그 변환 → 앰프 → 출력 기기. 단계가 많아 보이지만 각 단계마다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이 최종 소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CD 플레이어 시절과 비교하면 재생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좋게 말하면 유연성이 높아진 것이고, 다르게 보면 그만큼 설정과 구성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늘었습니다. 어떤 DAC를 쓰느냐, 어떤 소프트웨어로 재생하느냐, 드라이버 설정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같은 파일도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이파이 재생의 중심이 전용 기기에서 PC로 이동한 것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닙니다. 재생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하드웨어 설계에서 시스템 구성과 소프트웨어 환경으로 일부 이동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리

CD 플레이어는 디지털 오디오 재생의 완성형처럼 보였지만, 그 내부는 이미 DAC와 클록, 아날로그 출력단이 경쟁하는 구조였습니다. 파일 재생이 등장하면서 이 구조는 분리되기 시작했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거쳐 PC가 재생 시스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의 PCfi는 그 흐름의 현재 위치입니다. 외장 DAC, 재생 소프트웨어, 드라이버 설정이 맞물려 동작하는 구조는 CD 시절보다 복잡하지만, 그만큼 구성의 자유도도 높습니다. 어디서 시작하든 이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면 시스템을 구성하거나 개선할 때 방향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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