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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LP vs 스트리밍, 왜 우리는 여전히 턴테이블에 끌릴까

지금 왜 다시 턴테이블인가

스트리밍 서비스가 수천만 곡을 즉시 제공하는 시대에 턴테이블 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 자료를 보면 바이닐 LP의 연간 판매량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집계에서는 CD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편의성만 따지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이 흐름을 단순히 복고 취향이나 감성 소비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합니다. LP 재생에는 스트리밍이 구조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경험이 있고, 반대로 스트리밍이 LP보다 명확히 유리한 영역도 있습니다. 두 방식의 차이는 음질 수치보다 신호 구조와 지각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턴테이블 위에 올려진 바이닐 LP 레코드
LP 재생은 기기를 작동하는 행위 자체가 청취 경험의 일부입니다.



LP가 소리를 담는 방식

LP는 소리를 홈(groove)의 물리적 진동으로 저장합니다. 레코드 커팅 과정에서 음악 신호가 바이닐 표면에 좌우 방향의 굴곡으로 새겨지고, 재생 시에는 카트리지의 바늘(스타일러스)이 이 굴곡을 따라 움직이며 전기 신호로 변환합니다. 이 신호는 포노 이퀄라이저(Phono EQ)를 거쳐 원래 주파수 특성으로 복원된 후 앰프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 어디에도 샘플링은 없습니다. 시간 축을 일정 간격으로 잘라 수치로 저장하는 디지털 방식과 달리, LP는 물리적 연속성을 유지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원음의 파형을 끊김 없이 담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단, 실제 재생 품질은 커팅 품질, 바이닐 재질, 카트리지 정렬, 턴테이블 회전 정밀도 등 수많은 변수에 의존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RIAA 등화 곡선입니다. LP 커팅 시에는 저역을 줄이고 고역을 올리는 방향으로 신호를 변형해 홈에 새깁니다. 저역을 그대로 담으면 홈의 진폭이 너무 커져 커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생 시에는 포노 앰프가 이 과정을 역으로 수행해 원래 주파수 특성을 복원합니다. 포노 앰프의 RIAA 등화 정확도가 낮으면 저역이 뭉치거나 고역이 과다하게 강조되는 형태로 음색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

스트리밍은 디지털 파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고, 재생 기기에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합니다. 현재 주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CD 품질(16bit/44.1kHz) 이상의 해상도를 제공하며, 일부 서비스는 24bit/96kHz 또는 24bit/192kHz 수준의 하이레졸루션 스트리밍도 지원합니다.

디지털 오디오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치가 비트 뎁스와 샘플레이트입니다. 비트 뎁스는 음량의 세밀함을 결정하는데, 16bit는 약 96dB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24bit는 이론상 144dB를 확보합니다. 샘플레이트는 초당 신호를 몇 번 잘라 기록하는지를 나타내며, 44.1kHz는 가청 주파수 상한인 20kHz를 이론적으로 완전히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트리밍 재생 품질은 DAC의 특성, 재생 경로, 기기의 클록 정밀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파일을 스마트폰 이어폰으로 듣는 것과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를 통해 듣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스트리밍 자체의 품질보다 재생 시스템의 수준이 결과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실로스코프 오디오 파형 다이내믹 레인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신호를 담는 방식이 다르며, 그 차이는 수치보다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숫자와 실제 사이

LP와 스트리밍을 비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논점이 다이내믹 레인지입니다. 이론적으로 24bit 디지털 음원은 LP가 물리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크게 앞섭니다. LP의 실질적인 다이내믹 레인지는 커팅 수준과 재생 계의 잡음 한계를 고려하면 60~70dB 수준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수치가 전부가 아닙니다. 문제는 마스터링에 있습니다. 스트리밍용 음원은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습니다. 최대한 크게 들리도록 다이내믹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마스터링된 음원들은 비트 뎁스 자체의 여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수치상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진 포맷에 담겼지만, 실제 음악은 처음부터 좁은 다이내믹으로 기록된 셈입니다.

반면 같은 앨범의 LP 마스터는 종종 다른 기준으로 커팅됩니다. 커팅 엔지니어가 홈의 물리적 한계를 고려해 과도한 압축 없이 마스터링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LP 버전이 디지털 버전보다 다이내믹이 살아있게 됩니다. 이 차이가 "LP 소리가 더 낫다"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포맷의 우열이 아니라 마스터링의 차이입니다.


노이즈, 왜곡, 그리고 그것을 듣는 방식

LP 재생에는 구조적인 노이즈가 존재합니다. 바이닐 표면의 먼지와 정전기로 인한 스크래치 노이즈, 모든 홈에 균일하게 존재하는 표면 노이즈, 바늘이 홈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내주 왜곡이 대표적입니다. 고급 카트리지와 턴테이블을 사용하고 레코드 클리닝에 신경을 써도 이 노이즈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노이즈가 청취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항상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LP 특유의 표면 노이즈는 연속적이고 일정한 성질을 가지며, 뇌가 이를 음악 신호와 구분해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음악을 방해하기보다 배경처럼 자리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노이즈가 없는 디지털 재생에서 압축 아티팩트나 지터가 불규칙하게 발생할 때, 그것이 더 불쾌하게 지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LP의 왜곡 역시 성질이 다릅니다. 바이닐 재생에서 발생하는 왜곡은 주로 짝수 배음 계열의 하모닉 왜곡입니다. 이 왜곡은 음의 배음 구조와 자연스럽게 섞여 오히려 소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진공관 앰프의 왜곡이 거슬리지 않는 이유와 유사한 원리입니다. 디지털 클리핑이나 양자화 노이즈처럼 음악 신호와 무관한 방향으로 발생하는 왜곡과는 성질이 다릅니다.


청취 행위 자체의 차이

LP와 스트리밍의 차이는 신호 품질 이전에 청취 행위 자체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스트리밍은 수천만 곡에 즉시 접근할 수 있지만, 그 편의성이 청취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빠르게 넘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다음 곡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이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 경험과는 결이 다릅니다.

LP 재생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레코드를 꺼내고, 먼지를 닦고,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내리는 일련의 행위가 청취에 앞서 선행됩니다. 이 과정이 번거로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부터 음악을 듣는다"는 의도를 명확히 만드는 의식적 행위가 됩니다. 곡을 임의로 건너뛰기 어렵고, A면이 끝나면 직접 뒤집어야 하는 물리적 구조가 앨범을 하나의 단위로 경험하게 만듭니다.

이 차이는 결국 집중도에 영향을 줍니다. 동일한 음원을 들어도 어떤 방식으로 청취 환경이 형성되었는지에 따라 소리를 받아들이는 상태가 달라집니다. 음질보다 앞서 작동하는 조건입니다.


두 방식의 실질적 한계

LP 재생 시스템을 제대로 구성하려면 초기 비용이 상당합니다. 턴테이블, 카트리지, 포노 앰프, 그리고 레코드 관리에 필요한 클리닝 장비까지 고려하면 입문 수준에서도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카트리지 바늘은 소모품이며, 레코드 자체도 상태에 따라 재생 품질이 달라집니다. 새 LP의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중고 레코드는 상태 확인 없이 구입하면 기대 이하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스트리밍은 구성 비용이 낮고 유지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정책에 종속된다는 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원하는 앨범이 서비스에 없는 경우, 또는 라이선스 문제로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스트리밍 재생 품질은 또한 재생 기기의 수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으면 파일 자체의 품질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습니다.


선택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두 방식은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사용 목적과 청취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PCfi 스트리밍 시스템과 턴테이블 나란히 배치
두 시스템은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듣는 방식과 목적이 다를 뿐입니다.

음악을 발견하고 폭넓게 탐색하는 용도라면 스트리밍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새 아티스트를 찾거나, 장르를 넘나들며 듣거나, 이동 중에 재생하는 상황에서 LP는 현실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스트리밍 재생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외장 DAC와 앰프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향입니다.

특정 앨범을 집중해서 들을 목적이라면, 그리고 청취 자체에 의식적인 무게를 두고 싶다면 LP 재생 시스템이 그 경험을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단, 소리에 대한 기대를 포맷 우열로 설정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LP가 반드시 더 좋은 소리를 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마스터링 버전, 카트리지 상태, 턴테이블 세팅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두 방식을 함께 운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탐색하고, 정말 오래 듣고 싶은 앨범은 LP로 갖추는 방식입니다. 공간에 턴테이블이 있다는 것 자체가 청취 습관을 바꾸는 물리적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정리

LP와 스트리밍을 음질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출발점이 잘못되었습니다. 두 방식은 신호를 담는 구조가 다르고, 재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성질도 다르며, 청취 행위 자체를 구성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LP에 끌리는 이유를 단순한 감성 소비로 설명하면 본질을 놓칩니다. 마스터링 차이에서 오는 실질적인 다이내믹, 하모닉 왜곡의 성질, 그리고 재생 행위가 만들어내는 집중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스트리밍이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대체 불가능한 것처럼, LP 재생이 만들어내는 경험도 포맷을 바꾼다고 그대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낫느냐는 질문보다, 지금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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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entlemanVib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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