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던 나의 취향이 일상의 취미로 새겨지는 시간의 기록
- 목표: 하루 3줄로 기억 남기기
- 소요 시간: 하루 2~3분
- 핵심 설정: 기록용 캘린더 분리 + 알림 끄기
- 추천 루틴: 일간 3줄 / 주간 10분 / 월간 30분
- 활용: 검색으로 감정·패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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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캘린더를 활용한 중년의 일상 기록노트 |
시간이 빨라진 게 아니라,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저는 이상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하루를 열심히 보냈는데, 저녁이 되면 "오늘 뭘 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20대, 30대 초반처럼 특별히 바쁜 것도 아닌데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가는 느낌.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는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년이 되면 다 이렇겠지" 하고 넘겼죠.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빨라진 게 아니라, 제 하루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일기장을 사볼까, 노션 같은 앱을 배워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제가 선택한 건 가장 평범한 도구였습니다. 바로 구글 캘린더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캘린더는 일정 관리 도구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2년 넘게 구글 캘린더로 하루를 기록하면서, 이것만큼 중년에게 딱 맞는 기록 도구가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실천해온 방법을 바탕으로, 구글 캘린더를 어떻게 '기록의 도구'로 바꿀 수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안내하는 가이드입니다.
왜 하필 구글 캘린더인가?
이미 익숙한 도구가 가장 오래갑니다
저는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도구를 시도해봤습니다.
예쁜 다이어리를 샀다가 일주일 만에 손을 놓았고, 노션을 배우겠다고 유튜브 강의를 보다가 너무 복잡해서 포기했습니다. 에버노트, 베어, 데이원 같은 앱들도 설치해봤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했죠.
왜 실패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관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중년의 일상은 이미 충분히 바쁩니다. 직장 일, 가족 돌보기, 건강 챙기기... 여기에 '새로운 앱 배우기'라는 과제가 추가되는 순간, 기록은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구글 캘린더는 달랐습니다.
- 이미 스마트폰에 깔려 있습니다
- 사용법을 새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 회사 일정, 가족 약속을 이미 여기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 PC, 태블릿, 스마트폰 어디서든 똑같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미 매일 보는 화면이라는 점입니다. 새 앱을 설치하면 처음 며칠은 열어보다가, 어느 순간 홈 화면 구석으로 밀려나고, 결국 삭제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캘린더는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 여는 도구니까, 자연스럽게 기록도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과 기록이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구글 캘린더의 가장 큰 장점은 날짜와 시간이라는 틀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백지 상태의 노트를 펼치면 "뭐부터 써야 하지?" 하고 막막해집니다. 하지만 캘린더는 이미 날짜별로 칸이 나뉘어 있고, 시간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냥 오늘 날짜에 클릭하고 짧게 한 줄만 적으면 됩니다.
저는 이 단순함이 정말 좋았습니다. 기록을 시작할 때 가장 큰 장벽이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고민인데, 캘린더는 그 고민 자체를 없애줍니다.
일정 관리와 기록은 완전히 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는 핵심 차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캘린더는 이미 쓰고 있는데요. 그런데 기록이 안 되던데요?"
저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제 캘린더에는 이미 빼곡하게 일정이 적혀 있었으니까요.
- 오전 10시: 팀 회의
- 오후 2시: 거래처 미팅
- 오후 6시: 아이 학원 픽업
- 저녁 7시: 저녁 식사
하지만 이건 기록이 아니라 계획입니다. 미래에 할 일의 목록이죠.
진짜 기록은 이렇습니다.
- 팀 회의에서 새 프로젝트 논의. 생각보다 팀원들 반응이 좋아서 기분 좋았음
- 거래처 미팅, 예상보다 일찍 끝남. 근처 카페에서 혼자 커피 마시며 쉬는 시간이 좋았음
- 아이 픽업 후 차 안에서 학교 이야기 들음. 친구랑 싸웠다는데 표정이 어두워 보임
- 저녁은 김치찌개. 아내가 힘들어 보여서 설거지를 내가 함
보이시나요?
계획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기록은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처음엔 그냥 일정만 빼곡하게 적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제 하루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할 일 목록만 있을 뿐이었죠.
기록은 감정과 장면을 남기는 것입니다
중년이 기록해야 하는 건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느꼈는가'입니다.
제가 구글 캘린더를 기록 도구로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이겁니다. 예전에는 하루를 돌아볼 때 "오늘 뭐했지?"만 떠올랐는데, 이제는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어제, 저는 캘린더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2026년 1월 7일 오후 9시 30분
제목: 오늘의 한 장면
내용: 저녁 먹고 설거지하는데 창밖에 눈이 내렸다. 올겨울 첫눈. 아내가 "와, 눈이다" 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요즘 둘 다 너무 바빠서 이런 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이게 전부입니다. 3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3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한 달 뒤, 석 달 뒤에 캘린더를 펼쳤을 때, 이 기록 하나가 1월 초의 저를 선명하게 떠올리게 해줍니다.
구글 캘린더 기록, 이렇게 시작하세요
1단계: 기록 전용 캘린더 만들기 (3분이면 충분합니다)
구글 캘린더에는 여러 개의 캘린더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적극 활용합니다.
PC에서 설정하는 방법:
- 구글 캘린더 웹사이트(calendar.google.com)에 접속합니다
- 왼쪽 사이드바에서 '다른 캘린더' 옆 '+' 버튼을 클릭합니다
- '새 캘린더 만들기'를 선택합니다
- 이름에 '하루 기록' 또는 'Daily Log' 입력합니다
- 설명은 비워두셔도 됩니다
- 만들기 버튼을 누릅니다
스마트폰에서 설정하는 방법:
모바일에서는 새 캘린더 생성이 불가능하므로, PC나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먼저 만드셔야 합니다. 만든 후에는 자동으로 앱에도 동기화됩니다.
왜 별도 캘린더를 만들까요?
처음엔 저도 기본 캘린더에 기록과 일정을 섞어서 썼습니다. 하지만 금방 문제가 생겼습니다.
- 업무 일정과 개인 기록이 뒤섞여 정신없습니다
- 회사 동료와 캘린더를 공유할 때 개인 기록까지 보일까 봐 걱정됩니다
- 나중에 기록만 따로 보고 싶을 때 일정 때문에 방해받습니다
별도 캘린더를 만들면 이런 문제가 사라집니다. 클릭 한 번으로 '기록만 보기' 또는 '일정만 보기'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2단계: 색상과 알림 설정하기 (심리적 부담 줄이기)
색상 선택의 원칙:
저는 기록 캘린더 색상을 '세이지(Sage)' 계열로 설정했습니다. 회색과 초록색의 중간 톤이죠.
- PC: 캘린더 이름 옆 점 세 개 클릭 → 색상 선택
- 모바일: 설정 → 캘린더 이름 선택 → 색상 변경
왜 차분한 색상을 추천할까요?
처음 기록을 시작할 때, 저는 밝은 노란색을 선택했습니다. "눈에 잘 띄어야 기록을 잘 할 것 같아서"였죠. 그런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캘린더를 열 때마다 노란색 기록 이벤트가 "너 오늘 기록 안 했지?"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색은 생각보다 심리에 큰 영향을 줍니다. 너무 강렬한 색상은 기록을 '해야 할 일'로 만들어버립니다. 반면 차분한 색상은 부담 없이 "오늘 뭐 있었지?" 하고 자연스럽게 열어보게 만듭니다.
추천 색상:
- 회색(Graphite): 가장 부담 없음
- 세이지(Sage): 차분하면서도 구분이 잘 됨
- 라벤더(Lavender):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
알림은 반드시 꺼주세요:
기록 캘린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알림을 끄는 것입니다.
- PC: 캘린더 설정 → 이벤트 알림 → '알림 없음' 선택
- 각 이벤트 생성 시에도 알림 설정을 '알림 없음'으로
왜 알림을 꺼야 할까요?
알림이 울리는 순간, 기록은 '할 일'이 됩니다. "지금 기록해야 해"라는 압박이 생기죠. 하지만 기록은 의무가 아닙니다.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하는 게 훨씬 오래갑니다.
저는 보통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떠올리며 기록합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전날을 기록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점심시간에 오전에 있었던 일을 바로 적기도 합니다. 정해진 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부담이 없습니다.
3단계: 첫 기록 남기기 (실전 예시와 함께)
이제 실제로 기록을 남겨볼 차례입니다.
스마트폰에서 기록하기:
- 구글 캘린더 앱을 엽니다
- 오른쪽 하단의 '+' 버튼을 탭합니다
- '이벤트' 를 선택합니다
- 제목에 '오늘의 기록' 또는 간단한 키워드 입력
- 시간은 '종일'로 설정하거나 특정 시간대 선택 (보통 저녁 시간대)
- 캘린더 선택에서 '하루 기록' 캘린더 지정
- 설명란에 오늘 하루 중 기억에 남는 것 적기
- 저장
PC에서 기록하기:
- 날짜 칸을 클릭합니다
- 빠른 입력창이 뜨면 '추가 옵션'을 클릭합니다
- 제목과 설명을 입력합니다
- 캘린더를 '하루 기록'으로 변경합니다
- 저장합니다
실제 기록 예시 1: 평범한 평일
제목: 1월 8일 목요일
시간: 오후 10시 (종일 아님)
캘린더: 하루 기록
내용: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
회사 근처 골목길을 걷는데 햇살이 따뜻했다.
이어폰 끼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20분 정도 걸었더니
오후 업무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
마음에 남은 생각: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 거였구나"
오늘의 기분: 평온함
실제 기록 예시 2: 특별한 주말
제목: 딸아이 생일
시간: 종일
캘린더: 하루 기록
내용:
아침 일찍 일어나 케이크 사러 다녀옴.
딸이 초를 끄면서 소원 빌 때 눈을 질끈 감고
진지하게 비는 모습이 귀여웠다.
선물로 준 책을 바로 펼쳐보더니
저녁까지 소파에서 읽음.
책 좋아하는 모습이 아빠 닮았나?
오늘의 한 줄: "아이가 자라는 속도가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
실제 기록 예시 3: 힘들었던 날
제목: 오늘은 그냥 그랬다
시간: 오후 11시
캘린더: 하루 기록
내용: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왠지 피곤한 하루.
회의가 길어져서 점심을 늦게 먹음.
오후 내내 집중이 안 됐다.
저녁에 아내와 대화하다가
별것 아닌 일로 서로 예민하게 반응.
나중에 먼저 사과함.
이런 날도 있지 뭐.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보시다시피, 거창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문장도 아니고, 깊은 통찰도 없습니다. 그냥 그날 있었던 일, 느꼈던 감정을 3~5줄 정도로 적는 겁니다.
중요한 마음가짐: 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가 2년 넘게 기록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 빠뜨렸다고 자책하지 않기"
처음 한두 달은 거의 매일 기록했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 이틀, 때로는 일주일씩 빠뜨리게 됐습니다. 바쁘기도 했고, 쓸 기분이 아닐 때도 있었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아, 이번에도 실패했네"라며 아예 그만뒀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캘린더를 열고, 오늘 하루만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 뒤에 한 번 더.
완벽한 기록을 포기하니, 오히려 기록이 오래 이어졌습니다.
기록을 활용하는 법: 일간, 주간, 월간 루틴
일간 기록: 하루의 존재 확인
매일 하는 기록의 핵심은 '오늘 하루가 지나갔다'는 걸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보통 이렇게 합니다.
저녁 10~11시 사이:
-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캘린더 앱을 엽니다
- 오늘 날짜를 봅니다
- "오늘 뭐가 기억에 남지?" 3초 정도 생각합니다
- 떠오르는 장면 하나를 3~5줄로 적습니다
- 저장하고 앱을 닫습니다
총 소요 시간: 2~3분
이게 전부입니다. 10분, 20분씩 걸리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것만 짧게 적으면 됩니다.
주간 기록: 일주일의 흐름 보기
금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오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조금 더 긴 시간을 냅니다.
주간 기록 루틴 (10분):
- 캘린더에서 지난 일주일을 펼쳐봅니다
- 매일의 기록을 훑어봅니다
- 새로운 이벤트를 하나 만듭니다
- 제목: "1월 첫째 주 되돌아보기"
- 시간: 일요일 종일
- 캘린더: 하루 기록
이번 주 가장 에너지가 높았던 날은? 왜?
→ 수요일.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서.
반복적으로 힘들었던 요일이나 시간대는?
→ 화요일 오전. 주간 회의가 길고 지루함.
이번 주에 새롭게 시도한 것?
→ 점심 후 10분 산책.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음 주에 줄이고 싶은 활동?
→ 퇴근 후 스마트폰 보는 시간.
이 기록의 장점은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는 겁니다.
저는 주간 기록을 몇 주 하다 보니, 제가 매주 화요일 오전에 유독 피곤해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월요일 저녁에 습관적으로 늦게까지 TV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월요일 밤 루틴을 바꿨더니 화요일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이런 발견은 일간 기록만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일주일을 한 번에 펼쳐봐야 흐름이 보입니다.
월간 기록: 한 달의 존재 증명
매달 마지막 주말, 저는 30분 정도 시간을 냅니다.
월간 기록 루틴 (30분):
- 캘린더를 월 단위 보기로 전환합니다
- 이번 달 전체를 한눈에 봅니다
- 각 주의 기록을 훑어봅니다
- 새 이벤트를 만듭니다
- 제목: "2026년 1월을 돌아보며"
- 시간: 월말 일요일 종일
- 캘린더: 하루 기록
이번 달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나 주제:
→ '피곤하다', '산책', '혼자만의 시간'
→ 요즘 내가 에너지가 낮구나,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는구나
이번 달에 새롭게 생긴 루틴:
→ 점심 후 산책이 습관처럼 됐다
줄어든 활동:
→ 친구들과의 만남이 12월보다 적었다
늘어난 활동:
→ 집에서 책 읽는 시간
다음 달에 시도해보고 싶은 것:
→ 한 달에 한 번은 친구 만나기
→ 새벽 산책 한 번 해보기
월간 기록의 힘은 '아무것도 안 한 달'을 없애준다는 겁니다.
중년이 되면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번 달은 정말 한 게 없어." "올해도 뭐 한 것 없이 지나갔네."
하지만 캘린더 기록을 펼쳐보면, 대부분의 달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작은 일상, 사소한 감정, 잠깐의 생각들이 모여 한 달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 기록들을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 삶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날들로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을요.
구글 캘린더 기록의 숨은 기능들
검색 기능: 과거의 나를 찾아가는 타임머신
구글 캘린더의 검색 기능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검색 활용법:
- PC: 상단 검색창에 키워드 입력
- 모바일: 상단 돋보기 아이콘 탭
예를 들어 '산책'이라고 검색하면, 제가 지난 2년 동안 산책에 대해 기록한 모든 날짜가 나옵니다.
어느 계절에 산책을 가장 많이 했는지, 산책 후 기분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들:
- '기분 좋았다'
- '힘들었다'
- '아내'
- '딸'
- '친구'
- '책'
이렇게 검색해보면 신기한 패턴이 보입니다. 어떤 활동이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하는지, 누구와 있을 때 편안한지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색상 코드로 감정 분류하기 (선택 사항)
좀 더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싶다면, 이벤트마다 색상을 다르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록 6개월차쯤부터 이 방법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색상 코드 시스템:
- 초록색: 기분 좋았던 날, 에너지가 높았던 날
- 파란색: 평범하고 평온했던 날
- 보라색: 배움이 있었던 날, 깨달음이 있었던 날
- 회색: 힘들었거나 피곤했던 날
이벤트를 만들 때 제목 옆의 색상 아이콘을 탭하면 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캘린더를 월 단위로 펼쳤을 때, 한눈에 '이번 달은 초록색이 많네, 좋은 달이었구나' 또는 '회색이 연속으로 나오네, 좀 쉬어야겠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선택 사항입니다. 색상 분류에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기록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을 때만 시도하시길 바랍니다.
반복 이벤트로 습관 추적하기
구글 캘린더의 '반복' 기능을 활용하면 특정 습관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독서 기록'이라는 반복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설정 방법:
- 새 이벤트 만들기
- 제목: '독서 기록'
- 반복 설정: 매주 일요일
- 알림: 없음
- 캘린더: 하루 기록
- 저장
이렇게 하면 매주 일요일마다 '독서 기록' 이벤트가 자동으로 생성됩니다.
그날 해당 이벤트를 클릭해서 "이번 주에 읽은 책: ○○○,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처럼 기록하면 됩니다.
만약 이번 주에 책을 안 읽었다면? 그냥 놔두면 됩니다. 또는 "이번 주는 읽지 못함. 다음 주엔 꼭"이라고 적어도 좋습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다음을 추적합니다:
- 주간 독서 기록 (일요일)
- 운동 기록 (화, 목, 토)
- 주간 되돌아보기 (일요일)
반복 이벤트의 장점은 제가 잊어버려도 캘린더가 기억해준다는 겁니다.
2년간 기록하면서 달라진 것들
시간이 실제로 느려졌습니다
이건 착각이 아닙니다. 체감되는 시간의 속도가 정말 달라졌습니다.
기록을 시작하기 전 2023년 여름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뭐 했지?" 물어보면 "그냥... 더웠던 것 같은데"라는 대답밖에 못 합니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한 이후인 2024년 여름은 다릅니다. 캘린더를 펼쳐보니,
- 7월 초에 아이와 수영장 갔던 날
- 폭염에 집에서 수박 먹으며 영화 본 주말
- 새벽에 일찍 일어나 동네 산책했던 날의 시원함
- 여름 휴가 때 바다에서 일출 본 순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똑같이 3개월인데, 기록된 3개월은 기록되지 않은 3개월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습니다
2년 치 기록을 돌아보면서 발견한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 비 오는 날을 생각보다 좋아합니다 (비 관련 긍정 기록이 많음)
-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입니다
-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집니다
- 토요일 오전이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대입니다
-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건 좋아하는데, 그 전날은 항상 긴장합니다
- 아내와 대화하는 시간이 저를 충전시킵니다
이런 걸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단순합니다. 2년 동안의 기록에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 온다. 좋다"라는 문장이 10번 이상 나오더라고요. "오늘 산책 후 기분 나아짐"도 수십 번 반복됩니다.
40년을 살면서 몰랐던 저를, 2년간의 기록이 알려줬습니다.
가족과의 순간이 사라지지 않게 됐습니다
중년이 되면 아이들은 빠르게 자라고, 부모님은 점점 나이 드십니다.
예전에는 "아, 그때 참 좋았는데" 하고 아쉬워하기만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흐릿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작년 봄, 딸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탔던 날의 기록이 있습니다.
"딸이 드디어 보조바퀴 없이 탔다. 넘어질까 봐 뒤에서 계속 따라갔는데, 돌아보더니 '아빠 괜찮아요!' 하고 씩씩하게 웃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뭉클했다."
이 기록 하나가 그날을 완전히 붙잡아 줬습니다.
몇 년 후 딸이 커서, 제가 나이 들어서, 가끔 이 기록을 펼쳐볼 겁니다. 그리고 생생하게 그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후회가 줄어들었습니다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예전만큼 하지 않게 됐습니다.
기록을 보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일들,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제 하루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져도, 기록을 보면 "아침에 부모님께 전화드렸다", "저녁에 설거지하면서 음악 들었다", "창밖 노을이 예뻤다" 같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제 삶을 만듭니다.
기록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실전 조언
1. 완벽한 기록을 기대하지 마세요
제일 중요한 조언입니다.
기록을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이런 기준을 세웁니다.
- 매일 빠짐없이 써야지
- 최소 10줄은 써야지
- 의미 있는 내용만 적어야지
- 잘 정리된 문장으로 써야지
이 기준들이 기록을 막습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 생각날 때만 적어도 된다
- 한 줄도 충분하다
- "오늘 피곤했다" 이것도 훌륭한 기록이다
- 문장이 엉성해도 나만 알아보면 된다
제 기록 중 가장 짧은 건 딱 세 글자입니다.
"별로."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았나 봅니다. 더 쓰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안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이 "별로"라는 기록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날의 저를 보여주니까요.
2. 아무도 안 볼 거라는 걸 기억하세요
구글 캘린더는 기본적으로 비공개입니다.
본인이 공유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
이게 얼마나 자유로운지 아시나요?
맞춤법 틀려도, 문장이 이상해도, 유치한 생각을 적어도, 부정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써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저는 이걸 깨닫고 나서 훨씬 솔직하게 쓰게 됐습니다.
"오늘 회의 중에 ○○ 팀장님 말씀이 이해가 안 갔다. 짜증났다." "요즘 아내가 자꾸 간섭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나도 이렇게 나이 들 줄 몰랐다. 서글프다."
이런 생각들을 다이어리나 공개된 블로그에는 못 적습니다. 하지만 캘린더의 설명란에는 적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솔직한 기록들이 나중에 가장 소중합니다.
3. 처음 2주가 고비입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시기가 처음 2주입니다.
이 기간에 "아 귀찮다", "오늘은 쓸 게 없는데", "이거 의미 있나?" 같은 생각이 계속 듭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를 넘기는 방법은 정말 짧게 쓰는 것입니다.
처음 2주는 한 문장만 써도 됩니다.
"오늘 날씨 좋았다." "저녁 맛있었다." "피곤했다."
이렇게라도 매일 한 줄씩 남기세요. 그러면 어느새 캘린더에 기록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기록이 7개, 10개, 14개로 늘어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4. 스마트폰 위젯을 활용하세요
구글 캘린더 앱에는 위젯 기능이 있습니다.
홈 화면에 캘린더 위젯을 추가하면, 앱을 열지 않아도 오늘의 일정과 기록이 보입니다.
안드로이드 위젯 설정:
- 홈 화면 빈 공간 길게 누르기
- 위젯 선택
- 구글 캘린더 찾기
- 원하는 크기 선택 후 배치
아이폰 위젯 설정:
- 홈 화면 빈 공간 길게 누르기
- 좌측 상단 + 버튼
- 캘린더 검색
- 위젯 크기 선택 후 추가
위젯을 설정하면 휴대폰을 켤 때마다 자연스럽게 캘린더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 오늘 아직 기록 안 했네" 하고 생각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알림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리마인더 역할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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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추지 않는 중년의 시간은 이전보다 길고 할 것들이 많습니다. |
5.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세요
가장 중요한 조언은 이겁니다.
기록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해도 됩니다.
저도 몇 번 그랬습니다.
작년 여름, 휴가를 다녀온 후 한 달 넘게 기록을 안 했습니다. 바쁘기도 했고, 리듬이 깨져버렸습니다.
"아, 또 실패했네. 난 역시 안 되나 봐."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한 달 후 어느 날, 그냥 다시 켰습니다. 캘린더를 열고, 오늘 날짜에 짧게 한 줄 적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 한 달 동안 기록 못 했는데, 괜찮아. 오늘부터 다시."
그리고 계속 이어갔습니다.
기록은 완벽한 연속이 아닙니다. 끊겼다가 이어지고, 또 끊겼다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체크리스트 6가지
- 기록용 캘린더 생성
- 알림 없음으로 설정
- 오늘 1줄 기록
- 주 1회 되돌아보기 이벤트 만들기
- 월 1회 한 달 리뷰 작성
- 키워드 3개로 검색해보기(산책/피곤/가족 등)
구글 캘린더 기록법 FAQ
실제로 2년간 기록하면서 자주 받은 질문들과 답변입니다.
Q: 업무 일정과 개인 기록이 섞이면 회사에서 볼까 봐 걱정돼요.
A: 그래서 별도 캘린더를 만드는 겁니다. '하루 기록' 캘린더는 본인만 볼 수 있는 비공개 설정입니다. 회사에서 캘린더를 공유할 때는 업무 캘린더만 공유하면 되고, 기록 캘린더는 공유 목록에서 제외하면 됩니다.
Q: 손글씨로 쓰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A: 손글씨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중년에게는 디지털이 더 나았습니다. 이유는:
- 외출 시에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기록 가능
- 나중에 검색으로 찾기 쉬움
- 분실 위험이 없음
- 타이핑이 손글씨보다 빠름
다만 손글씨를 선호하신다면, 주말에 중요한 기록만 노트에 옮겨 적는 방법도 좋습니다.
Q: 사진도 첨부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이벤트 편집 화면에서 첨부파일 추가를 누르면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별한 날(가족 행사, 여행 등)에만 사진을 첨부합니다. 매일 하면 부담스러워서요.
Q: PC에서 쓰는 게 나을까요, 스마트폰이 나을까요?
A: 둘 다 써보니, 저는 스마트폰이 더 편했습니다.
- 침대에 누워서 쓸 수 있음
- 즉시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적을 수 있음
- PC를 켜는 것 자체가 번거로울 때가 많음
다만 주간, 월간 기록처럼 긴 글을 쓸 때는 PC가 더 편합니다. 큰 화면에서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Q: 가족에게도 공유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특정 캘린더를 가족 구성원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기록은 공유하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공유하는 순간 솔직하게 쓰기 어려워집니다. 대신 '가족 기록' 같은 별도 캘린더를 만들어서, 가족 모두가 함께한 순간만 공유하는 방법은 좋습니다.
Q: 기록을 책으로 인쇄할 수 있나요?
A: 직접 인쇄 기능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기록을 복사해서 워드나 구글 문서로 옮긴 후 PDF로 저장하거나 인쇄할 수 있습니다. 연말에 1년 치 기록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Q: 백업은 어떻게 하나요?
A: 구글 계정이 있는 한 클라우드에 자동 백업됩니다. 추가로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 Google Takeout 서비스로 전체 캘린더 데이터 다운로드
- 주기적으로(분기별) 중요한 기록을 별도 문서로 복사
저는 분기마다 한 번씩 중요한 기록만 따로 구글 문서에 정리해둡니다.
마지막으로: 기록은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입니다
2년 전 12월 31일, 저는 캘린더를 보면서 막막했습니다.
일년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365일이 지나갔는데, 손에 남은 게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내년에는 이러지 말자. 하루하루를 붙잡아 두자.
그리고 구글 캘린더를 열어 '하루 기록'이라는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제 캘린더에는 700개가 넘는 기록이 쌓여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습니다. 빠진 날도 많고, 짧은 기록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700개의 기록은 제 2년을 증명합니다.
2024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여기 있습니다. 웃었던 날, 울었던 날, 평범했던 날이 모두 남아 있습니다. 가족과의 순간, 혼자만의 시간, 친구와의 대화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록은 그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3가지:
- 구글 캘린더를 엽니다
- 새 캘린더 '하루 기록'을 만듭니다
- 오늘 날짜에 짧게 한 줄을 적습니다
"오늘부터 기록 시작."
이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중년의 기록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과를 증명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오늘 하루가 지나갔다"는 걸 확인하는 것. "나는 이 시간을 살았다"는 걸 남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시간은 다시 천천히 흐르기 시작합니다.
GentlemanVibe는 빠르고 화려한 도구보다,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을 믿습니다.
구글 캘린더는 이미 당신의 손 안에 있습니다. 특별한 준비도, 새로운 배움도 필요 없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가장 부담 없고,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기록 방법입니다.
당신의 하루는 기억될 자격이 있습니다.
아래의 제 이전 글에서 중년의 기록과 관련한 다른글도 확인해 보세요.
오늘도 GentlemanVibe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취향이 발견되고, 그것이 일상의 단단한 리듬이 되는 과정을 응원합니다.
다음 기록도 차분하게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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