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ens infeed Desk

왜 고급 DAC는 전원부에 집착하는가-DAC 전원의 중요성

전원부가 소리에 관여한다는 것

DAC를 구매할 때 대부분의 관심은 DAC 칩 종류, 출력 방식, 지원 포맷에 집중됩니다. 전원부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라 비교 항목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급 DAC 제조사들이 전원부 설계에 투자하는 비중은 신호 경로 못지않게, 때로는 그 이상으로 높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DAC 내부에서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와 아날로그 신호를 출력하는 회로는 모두 전원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이 전원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깨끗한가가 노이즈 플로어, 다이내믹 표현, 배경 정숙도에 직접 반영됩니다. 아무리 정밀한 DAC 칩을 탑재해도 전원이 흔들리면 칩 본래의 성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고급 DAC 내부 전원부 트랜스포머 회로
고급 DAC 내부를 열면 신호 회로보다 전원부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원 노이즈가 신호에 섞이는 경로

전원 공급 장치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오디오 신호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원선을 통한 직접 결합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기 간섭(EMI)을 통한 간접 유입입니다.

직접 결합 경로부터 살펴보면, DAC 칩과 아날로그 출력단은 동일한 공급 전압에서 동작합니다. 이 전압에 리플(ripple)이 존재하면 그 성분이 신호에 얹혀 나옵니다. 리플은 교류 전원을 직류로 변환하는 정류 회로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는 교류 성분입니다. 주파수는 전원 주파수(60Hz)의 배수 형태로 나타나며, 이것이 가청 대역에 걸쳐 있을 경우 헝 노이즈(hum noise) 또는 배경의 미세한 불안정감으로 청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간접 경로는 더 복잡합니다. 스위칭 전원 장치(SMPS)는 고주파로 동작하는 스위칭 소자에서 광대역의 전자기 노이즈를 발생시킵니다. 이 노이즈는 회로 기판의 그라운드 라인을 타고 아날로그 회로에 유입되거나, 공간을 통해 민감한 아날로그 소자에 결합될 수 있습니다. 고주파 노이즈는 DAC 칩 내부의 클록 회로에도 영향을 미쳐 지터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지터는 디지털 신호의 타이밍 오류로, 음의 윤곽이 불명확해지거나 공간 표현이 흐려지는 형태로 청감에 나타납니다.


선형 전원과 스위칭 전원의 차이

전원 공급 방식은 크게 선형 전원(LPS, Linear Power Supply)과 스위칭 전원(SMPS, Switched-Mode Power Supply)으로 나뉩니다.

스위칭 전원은 수십에서 수백 kHz의 고주파로 전압을 변환합니다. 변환 효율이 높고 발열이 적으며 소형화가 가능해 대부분의 소비자 전자기기에 쓰입니다. DAC 동봉 어댑터 대부분이 SMPS 방식입니다. 문제는 스위칭 소자의 동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주파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잘 설계된 SMPS는 EMI 필터와 차폐로 이 노이즈를 억제하지만, 저가 어댑터의 경우 충분한 필터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형 전원 공급 장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누설 자속이 적고 전자기 간섭을 줄이는 구조로 오디오 기기에 널리 쓰입니다.


선형 전원은 다른 원리로 동작합니다. 트랜스포머가 교류 전압을 변환하고, 정류 회로가 직류로 바꾼 뒤, 레귤레이터가 안정된 출력 전압을 유지합니다. 고주파 스위칭 소자가 없기 때문에 고주파 노이즈 발생이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리플 억제와 과도 응답 특성도 SMPS보다 일반적으로 우수합니다. 단점은 크기와 무게입니다. 트랜스포머는 물리적으로 크고 무거우며, 효율도 SMPS보다 낮아 발열이 있습니다. 고급 DAC 본체가 묵직한 이유 중 하나가 내장된 선형 전원의 트랜스포머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토로이달(toroidal) 트랜스포머는 선형 전원에 사용되는 트랜스포머 형태 중 오디오 기기에 자주 채택되는 유형입니다. 도넛 형태의 코어에 권선이 균일하게 감겨 있어 누설 자속(leakage flux)이 EI형 트랜스포머보다 적고, 전자기 간섭을 주변 회로에 덜 미칩니다. 같은 용량에서 소형화도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전압 레귤레이터의 역할과 종류

선형 전원을 사용하더라도 정류 후의 전압은 완전히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부하(DAC 회로)의 전류 소비가 변하면 출력 전압도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전압 레귤레이터의 역할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78xx 계열 3단자 레귤레이터는 구조가 단순하고 저렴하지만 PSRR(Power Supply Rejection Ratio, 전원 노이즈 억제 능력)이 중간 수준에 머뭅니다. PSRR은 입력 전원의 노이즈가 출력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전원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고급 오디오 기기에는 초저잡음 레귤레이터가 사용됩니다. LT3042, LT3045 같은 부품은 출력 노이즈가 수 nV/√Hz 수준으로, 일반 레귤레이터 대비 노이즈 성능이 현격히 다릅니다. 이런 부품의 단가는 일반 레귤레이터의 수십 배에 달하지만, 아날로그 출력단 직전의 전원에 사용할 경우 노이즈 플로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부 고급 DAC는 배터리 전원을 채용하거나 배터리 구동 옵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배터리는 교류 전원에서 완전히 분리된 직류 공급원이기 때문에 리플과 고주파 노이즈가 원천적으로 없습니다. 다만 배터리 자체의 내부 임피던스와 충방전 회로의 노이즈가 새로운 변수가 됩니다.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의 전원 분리

DAC 내부에는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회로가 공존합니다. 디지털 회로는 수 MHz에서 수백 MHz로 동작하는 로직 소자들로 구성되며, 스위칭 동작 자체가 전원 라인에 고주파 전류 변동을 일으킵니다. 아날로그 회로는 이 노이즈에 매우 민감합니다. 두 회로가 동일한 전원을 공유하면 디지털 노이즈가 전원 라인을 타고 아날로그 회로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방법이 디지털 전원과 아날로그 전원의 분리입니다. 트랜스포머 자체를 분리 권선 구조로 설계하거나, 독립된 레귤레이터를 각각 배치해 두 회로의 전원 경로를 물리적으로 끊는 방식입니다. 회로 기판 설계 단계에서 디지털 그라운드와 아날로그 그라운드를 분리하고, 특정 지점에서만 연결하는 스타 그라운드(star ground) 구조도 함께 적용됩니다.

DAC 디지털 아날로그 분리 전원 회로 기판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를 전원부터 분리하는 것은 고급 DAC 설계의 기본 원칙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그라운드 설계는 전원 분리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라운드가 잘못 설계되면 디지털 회로의 스위칭 전류가 아날로그 그라운드를 통해 순환하면서 노이즈를 유발합니다. 이 문제는 측정보다 설계 도면에서 먼저 확인해야 하는 영역이며, 고급 DAC 제조사들이 기판 설계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USB 전원과 외부 전원의 차이

PCfi 환경에서 DAC는 USB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USB 연결은 신호 전송과 전원 공급을 동시에 담당합니다. USB 버스 전원(5V)은 PC 내부의 전원 공급 장치에서 직접 나오는데, PC 내부 환경은 그래픽카드, CPU, 팬 모터 등 수많은 노이즈 발생원이 밀집된 공간입니다. 이 환경에서 공급되는 USB 전원은 노이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USB 버스 전원을 그대로 사용하는 DAC와 자체 전원부를 갖춘 DAC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명확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USB 버스 파워 구동 DAC에서는 PC 전원의 노이즈가 DAC 회로에 직접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DAC는 USB 전원 라인에 아이솔레이터 회로를 내장해 버스 전원의 노이즈를 차단하면서 신호만 통과시키는 구조를 채택합니다. iFi Audio의 iPurifier 같은 외장형 USB 노이즈 필터 제품이 시장에 존재하는 것도 이 문제가 실질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체 전원부를 갖춘 DAC는 USB에서 신호만 받고 전원은 독립적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이 경로의 노이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이것이 데스크탑 DAC와 USB 버스 파워 DAC 사이에 가격 차이 이상의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적 근거 중 하나입니다.


외부 선형 전원 공급 장치의 실효성

자체 전원부가 내장되지 않은 DAC에 외부 선형 전원 공급 장치(LPS)를 연결하는 방식은 PCfi 사용자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업그레이드 경로입니다. Ifi iPower, Teddy Pardo, Sean Jacobs 같은 브랜드의 외부 LPS는 동봉 어댑터보다 낮은 노이즈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질적인 효과는 DAC의 내부 전원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 내부에 고성능 레귤레이터가 탑재된 DAC라면 외부 LPS의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내부 레귤레이터가 외부 전원의 노이즈를 이미 충분히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내부 전원 설계가 단순한 제품에 외부 LPS를 적용하면 배경 정숙도와 저음 재생의 안정감에서 청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전 해당 기기의 내부 전원 구성을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입니다.


전원부가 청감에 미치는 영향

전원부의 품질이 달라질 때 청감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주로 세 가지 영역에서 감지됩니다.

배경 정숙도는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전원 노이즈가 낮아지면 음악이 없는 구간, 또는 작은 음량 부분에서 배경이 더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이 차이는 조용한 클래식이나 재즈 소편성 곡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저음 재생의 안정감도 달라집니다. 전원부가 충분한 순간 전류 공급 능력(transient current capability)을 갖추지 못하면, 큰 저음 신호가 들어올 때 전원 전압이 미세하게 내려가면서 재생이 불안정해집니다. 충분한 전원 용량과 낮은 출력 임피던스의 전원부는 저음의 타이트함과 응답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음장의 안정감과 악기 분리도도 전원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전원 노이즈가 클록 회로에 영향을 미쳐 지터가 증가하면, 각 악기의 위치 정보가 흐려지고 음장 전체가 덜 안정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들을 때와 그냥 흘려 들을 때 모두 누적되어 청취 피로감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리

고급 DAC가 전원부에 집착하는 이유는 전원이 신호 처리의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밀한 DAC 칩을 탑재해도 전원이 흔들리면 칩 본래의 성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리플, 고주파 노이즈, 디지털-아날로그 전원 간 간섭은 모두 노이즈 플로어와 다이내믹 표현, 클록 안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선형 전원의 채택, 초저잡음 레귤레이터의 적용, 디지털과 아날로그 전원 경로의 분리, 그라운드 설계의 최적화는 제조 비용을 높이지만 최종 성능에 직접 반영됩니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신호 경로의 DAC 칩보다 전원부와 아날로그 출력단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DAC를 선택할 때 전원부 구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스펙 시트의 수치만큼 중요한 이유입니다.


GentlemanVibe의 더 많은 글들을 만나 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entlemanVibe입니다.
이 글이 ‘일상’을 더욱 쉽고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더 실전적인 기준과 팁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내 취향이 내 취미다. 
새로 만든 나의 일상 
[젠틀맨바이브 GentlemanVibe]
© GENTLEMANVIBE. ALL RIGHTS RESERVED.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