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별 오디오 세팅-재즈, 클래식, 록을 제대로 듣고 싶다면 시스템이 달라야 한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 록을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시스템을 두고 평가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쪽은 이 시스템이 좋다고 하는데 다른 쪽은 뭔가 아쉽다고 합니다. 취향 차이이기도 하지만, 사실 장르마다 소리에서 중요한 요소가 다릅니다. 재즈에서 결정적인 공간감이 클래식에서는 부차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록에서 핵심인 저역 충격감이 재즈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재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주로 듣는 음악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면 시스템 구성과 세팅 방향을 훨씬 명확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도 방향을 잘 잡은 시스템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소리를 냅니다.

재즈 바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조명 아래 빈티지 스타일 오디오 시스템과 바이닐 레코드 구성
같은 시스템에서도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느냐에 따라 최적의 세팅 방향이 달라집니다.

재즈 — 공간감과 악기 분리도가 핵심입니다

재즈를 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들리는 느낌입니다. 피아노가 왼쪽에, 베이스가 중앙 약간 오른쪽에, 드럼이 뒤쪽에서 들려오고 그 사이의 공간이 느껴질 때 재즈 특유의 라이브 감각이 살아납니다. 이것이 공간감과 이미징입니다.

재즈 트리오 녹음은 이 측면에서 시스템을 평가하기 좋은 음원입니다. 피아노 왼손의 낮은 화음과 콘트라베이스가 같은 음역에서 겹칠 때 두 악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지, 드럼 킥의 어택이 정확하게 느껴지는지, 심벌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는지를 들으면 시스템의 분리도와 공간감 수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즈에서 이 소리를 잘 재현하는 시스템의 특성이 있습니다. 중역 해상도가 높아야 합니다. 보컬과 피아노, 관악기가 주로 활동하는 중역 대역의 밀도와 정확도가 재즈 청취의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중역이 뭉개지는 시스템에서는 악기들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덩어리처럼 들립니다.

이미징이 정확한 스피커와 앰프 조합도 중요합니다. 이미징은 배치와 관련이 크지만 스피커 자체의 설계와 크로스오버 정밀도도 영향을 줍니다. 동축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스피커가 이미징 정확도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KEF의 Uni-Q 드라이버처럼 트위터와 우퍼가 같은 축에 있는 구조는 고역과 중저역이 같은 지점에서 출발해 음상이 더 정확하게 형성됩니다.

진공관 앰프가 재즈에 어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진공관 앰프 특유의 짝수 고조파 왜곡이 악기 소리에 따뜻한 밀도감을 더해주는 경향이 있고, 재즈의 어쿠스틱 악기 음색과 어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 진공관 앰프의 낮은 댐핑 팩터가 콘트라베이스 음정의 선명도를 떨어뜨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베이스 라인이 중요한 재즈를 들을 때는 이 트레이드오프를 알고 선택해야 합니다.

DAC 필터 설정도 재즈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Slow 필터나 Minimum Phase 계열이 드럼 어택과 피아노 건반의 순간적인 타격감을 더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Sharp 필터의 Pre-ringing이 어택을 약간 부드럽게 만드는 반면 Slow 필터는 어택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재즈에서 리듬의 생동감을 중시한다면 Slow 또는 Minimum Phase 필터를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청취 환경도 재즈에 맞게 조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잔향이 너무 긴 공간에서는 악기들의 분리도가 떨어집니다. 녹음에 담긴 공간감이 청취 공간의 잔향과 뒤섞이기 때문입니다. 재즈를 주로 듣는다면 첫 번째 반사점 처리를 통해 청취 공간의 잔향을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이 악기 분리도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클래식 — 다이내믹스와 스케일이 먼저입니다

클래식 음악, 특히 오케스트라를 제대로 재생하는 것은 시스템에 가장 높은 요구를 합니다.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흐르다가 포르티시모로 한꺼번에 폭발하는 다이내믹 레인지, 수십 명의 연주자가 동시에 연주하는 복잡한 편성, 그리고 콘서트홀의 공간감까지 재현해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 청취를 위한 넓은 거실 공간에 배치된 톨보이 스피커와 하이파이 시스템
클래식 음악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대로 재현하려면 공간과 스피커 모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다이내믹스 재현은 앰프의 헤드룸과 직결됩니다. 클래식 음악은 평균 음압이 낮지만 순간적인 피크에서 평균보다 20~30dB 높은 신호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피크를 앰프가 압축 없이 재현하려면 충분한 헤드룸이 필요합니다. 작은 방에서 낮은 볼륨으로 듣는다면 소출력 앰프로도 되지만, 클래식 특유의 웅장한 음압을 경험하고 싶다면 출력 여유가 충분한 앰프가 필요합니다.

스피커 선택도 달라집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충분히 재현하려면 저역 재생 능력이 중요합니다.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 파이프 오르간의 낮은 음이 제대로 나오려면 저역 재생 하한이 충분히 낮은 스피커가 필요합니다. 소형 북쉘프로 오케스트라를 들으면 저역이 잘리는 느낌이 납니다. 클래식을 주로 듣는다면 저역 재생에 여유가 있는 대형 북쉘프나 톨보이가 더 적합합니다.

클래식 청취에서 공간감은 재즈와 다른 의미입니다. 재즈에서 공간감이 악기 각각의 위치 정확도에 가깝다면, 클래식에서 공간감은 콘서트홀의 규모와 잔향이 느껴지는 스케일입니다. 스피커 사이로 무대가 펼쳐지는 느낌, 홀의 잔향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느낌이 클래식 청취의 핵심 경험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스피커의 음장 재현 능력과 청취 공간의 크기 모두와 관련이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콘서트홀의 스케일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클래식에서는 음원 품질도 더 민감하게 드러납니다. 편성이 복잡하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기 때문에 압축 음원의 아티팩트가 다른 장르보다 잘 들립니다. 클래식을 주로 듣는다면 로스리스 이상의 음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포르티시모 구간에서 압축 음원이 무너지는 느낌은 로스리스에서 사라집니다.

DAC 필터는 클래식에서 Sharp Linear Phase 계열이 무난합니다. 주파수 응답의 평탄함이 오케스트라의 음색 균형을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데 유리하고, 클래식 음악에서 날카로운 어택보다 소리의 전체적인 균형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피아노 솔로나 소규모 실내악처럼 어택이 중요한 경우에는 Minimum Phase를 시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록 — 충격감과 에너지가 살아야 합니다

록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입니다. 킥드럼의 묵직한 타격감, 일렉트릭 기타의 어택과 디스토션 질감, 베이스 기타의 존재감이 살아있어야 록 특유의 물리적인 충격감이 납니다. 이것이 제대로 안 되면 소리는 나오는데 힘이 없어 보입니다.

록 음악 청취 환경에서 강인한 인티앰프와 북쉘프 스피커로 구성된 데스크탑 시스템
록 음악에서 중요한 저역 충격감과 기타 어택은 댐핑 팩터가 충분한 앰프와 스피커 매칭에서 결정됩니다.


킥드럼의 타격감은 60~80Hz 대역의 재생 능력과 앰프의 댐핑 팩터에서 결정됩니다. 이 대역을 충분히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와 드라이버 진동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댐핑 팩터 높은 앰프의 조합이 록에서 중요합니다. 댐핑 팩터가 낮은 앰프에서 킥드럼이 퍽 하는 타격감보다 붕 하는 여운이 더 크게 들린다면 댐핑 팩터 부족의 신호입니다.

록에서 앰프 선택이 다른 장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출력 클래스 AB 앰프나 현대적인 클래스 D 앰프가 록의 저역 충격감 재현에 유리합니다. 진공관 앰프는 댐핑 팩터가 낮아 록의 타이트한 저역 재현에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록을 주로 듣는다면 진공관보다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가 더 잘 맞습니다.

스피커는 과도한 저역 양감보다 저역의 스피드와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저역이 풍부하게 나오는 것처럼 들려도 음정이 불분명하고 베이스 라인이 뭉개지면 록 음악의 그루브가 살지 않습니다. 밀폐형 인클로저 스피커가 포트형보다 저역 컨트롤이 좋은 경우가 많아 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습니다. 포트형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포트 동조 주파수 이하에서 저역이 급격히 감소하는 특성을 이해하고 서브우퍼 추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볼륨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록 음악은 어느 정도 음압이 있어야 제대로 들립니다. 낮은 볼륨에서 록을 들으면 저역과 고역이 모두 약해지고 에너지가 사라집니다. 인간의 청각은 낮은 음압에서 중역보다 저역과 고역이 덜 들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적절한 음압에서 들을 때 록의 에너지가 살아납니다. 단, 장시간 높은 음압에서 듣는 것은 청력에 좋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록에서 DAC 필터는 Minimum Phase 계열이 어울립니다. 기타와 드럼의 어택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리듬감이 살아납니다. Sharp Linear Phase 필터의 Pre-ringing이 드럼 어택을 약간 흐릿하게 만들 수 있는 반면, Minimum Phase는 Pre-ringing이 없어 어택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장르가 섞인 경우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

현실에서는 한 장르만 듣는 경우가 드뭅니다. 재즈도 듣고 클래식도 들으며 가끔 록도 듣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가장 많이 듣는 장르를 기준으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재즈와 클래식을 주로 듣는다면 중역 해상도와 이미징이 좋으면서 저역 재생에도 여유가 있는 스피커, 그리고 중립적인 음색의 앰프 조합이 맞습니다. 재즈와 록을 주로 듣는다면 댐핑 팩터가 충분하고 어택이 잘 살아나는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클래식과 록을 주로 듣는다면 다이내믹 레인지와 저역 재생 능력이 좋은 스피커가 우선입니다.

세팅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DAC 필터를 장르에 따라 바꾸는 것이 번거롭지 않다면 재즈와 록에는 Minimum Phase나 Slow 필터를, 클래식에는 Linear Phase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볼륨 수준도 장르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각 음악의 특성을 더 잘 살립니다.

어느 장르든 기본은 같습니다. 시스템 밸런스가 맞고, 스피커 배치가 최적화되어 있으며, 비트 퍼펙트 재생 환경이 갖춰진 것이 전제입니다. 그 위에서 장르별 특성에 맞는 방향으로 세팅을 조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르별 최적화를 논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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