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소리를 기록하는 두 가지 방법: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더 나은가
고해상도 음원 시장이 성숙하면서 PCM과 DSD라는 두 포맷의 이름은 오디오 팬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 두 포맷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기술적 근거와 함께 설명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단순히 DSD가 더 고급스럽다거나, PCM이 더 범용적이라는 수준의 이해로는 실제 음질 차이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 두 포맷은 소리를 디지털로 기록하고 재생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 차이가 음색과 재생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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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음악을 담는 두 가지 언어. PCM과 DSD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기록한다. |
PCM의 구조: 다중 비트로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
PCM(Pulse Code Modulation, 펄스 부호 변조)은 현재 디지털 오디오의 표준 포맷이다. CD, 스트리밍 서비스, 대부분의 디지털 음원이 이 방식으로 저장된다. PCM의 동작 원리는 아날로그 파형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잘라 각 순간의 음압 크기를 복수의 비트로 수치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두 가지 핵심 파라미터가 있다.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와 비트 깊이(Bit Depth)다.
샘플링 레이트는 1초에 몇 번 파형을 측정하는지를 나타내며, 나이퀴스트 정리에 따라 재현 가능한 최고 주파수는 샘플링 레이트의 절반이다. CD 규격인 44.1kHz는 최대 22.05kHz까지, 96kHz는 48kHz까지, 192kHz는 96kHz까지의 주파수를 재현할 수 있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 상한이 통상 20kHz로 알려져 있으므로 44.1kHz도 이론상 충분하지만, 초음파 영역의 처리 방식과 필터 특성 때문에 더 높은 샘플링 레이트가 가청 대역 음질에도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있다.
비트 깊이와 다이나믹 레인지의 관계
비트 깊이는 각 샘플의 음압 크기를 몇 단계로 구분하는지를 결정한다. 16비트는 65,536단계, 24비트는 16,777,216단계로 음압을 표현한다. 비트 깊이가 1비트 증가할 때마다 이론적 다이나믹 레인지는 약 6dB 향상된다. 16비트의 이론적 다이나믹 레인지는 96dB, 24비트는 144dB다. 인간 청각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약 120dB임을 감안하면 24비트는 이미 청각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24비트 음원이 16비트보다 낫게 들리는 이유는, 레코딩과 믹싱 과정에서의 연산 정밀도 차이와 하위 비트에 해당하는 매우 작은 소리의 표현 능력에 있다.
PCM 고해상도 음원은 현재 96kHz/24bit, 192kHz/24bit, 384kHz/32bit 등 다양한 규격으로 유통된다. 이 수치들이 높을수록 파일 크기는 커지고, 재생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요구 사항도 높아진다. PCM은 수십 년간 축적된 레코딩 인프라, 방대한 음원 라이브러리, 범용적인 재생 호환성이 강점이다.
DSD의 구조: 단 1비트로 밀도를 표현하는 방식
DSD(Direct Stream Digital)는 소니와 필립스가 SACD(Super Audio CD) 포맷을 위해 개발한 오디오 방식으로, PCM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동작한다. DSD는 비트 깊이를 높이는 대신 단 1비트의 신호를 극도로 높은 주파수로 반복 출력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1비트 스트림(1-bit Stream)에서 소리의 크기는 1과 0의 비율로 표현된다. 1이 연속해서 많이 나오면 음압이 높고, 0이 연속되면 음압이 낮다.
기본 DSD 규격인 DSD64는 샘플링 주파수가 2.8224MHz로, CD의 44.1kHz보다 64배 빠르다. DSD128은 5.6448MHz(128배), DSD256은 11.2896MHz(256배), DSD512는 22.5792MHz(512배)에 달한다. 이 극도로 높은 클럭 속도가 DSD의 핵심이며, 이론상 주파수 응답은 수백 kHz까지 확장된다. 다만 DSD는 고주파 대역에서 양자화 노이즈가 급격히 상승하는 특성이 있어, 실제 유효 대역폭은 규격상 수치보다 좁다.
DSD가 '아날로그에 가깝다'는 표현의 기술적 의미
DSD 방식은 델타-시그마 변조(Delta-Sigma Modulation)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현대 고급 DAC 칩들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변환 방식과 동일하다. 아날로그 신호를 1비트 스트림으로 변환하고 다시 복원하는 과정이 PCM처럼 다중 연산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호 처리 경로가 짧고 단순하다는 특성이 있다. DSD를 지지하는 오디오 엔지니어들이 이 포맷이 아날로그 테이프에 가장 가까운 질감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주장은 객관적 측정보다는 청감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과학적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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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D 표시등이 켜지는 순간, 신호는 변환 없이 그대로 DAC 안으로 들어간다. |
네이티브 DSD 재생: 컨버팅이 품질을 결정하는 이유
DSD를 재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네이티브 DSD(Native DSD) 재생과 PCM 변환 후 재생이다. 네이티브 DSD란 DSD 신호를 PCM으로 변환하지 않고 DAC에 그대로 공급하여 DSD 신호를 직접 처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부분의 DAC는 내부적으로 PCM 처리 경로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DSD 입력을 받아도 내부에서 PCM으로 변환한 뒤 처리한다. 이 경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단에서의 DSD→PCM 변환이 음질에 영향을 준다.
DoP(DSD over PCM)는 DSD 데이터를 PCM 프레임 안에 포장하여 전송하는 방식이다. 신호 자체가 PCM으로 변환되는 것이 아니라 전송 규격만 PCM의 형태를 빌리는 것이므로, DAC가 DoP를 인식하고 DSD를 추출할 수 있다면 네이티브 DSD 재생과 동등하다. USB를 통한 DSD 전송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반면 드라이버나 플레이어가 DSD 신호를 PCM 샘플로 실제 변환(DoP가 아닌 진짜 변환)해버린다면, DSD 음원의 원래 특성이 손실된다.
DAC의 DSD 지원 방식 확인이 중요한 이유
DAC 제품 사양에서 'DSD 지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그 방식이 다르다. 일부는 하드웨어 단에서 진정한 네이티브 DSD 처리 경로를 갖추고 있고, 일부는 입력된 DSD를 내부에서 PCM으로 변환한 뒤 자사 DAC 칩으로 처리한다. 전자는 DSD의 1비트 스트림을 직접 아날로그로 복원하는 설계이고, 후자는 사실상 변환된 PCM을 재생하는 것이다. DAC 구매 전에 제조사의 기술 문서나 리뷰에서 'Hardware Native DSD' 또는 'DSD Direct'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레이어 소프트웨어도 네이티브 DSD 재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foobar2000에서는 foo_input_sacd 플러그인과 ASIO 드라이버를 통해 네이티브 DSD 출력이 가능하다. Roon은 연결된 DAC의 DSD 지원 여부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적절한 출력 방식을 설정하며, 신호 경로 화면에서 DSD 직접 출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JRiver Media Center 역시 DSD 네이티브 재생을 잘 지원하는 플레이어 중 하나다.
PCM과 DSD의 측정 성능 비교: 수치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객관적인 측정 성능 관점에서 PCM과 DSD를 비교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고품질 PCM(192kHz/24bit 이상)과 DSD128 이상의 규격은 측정 가능한 주파수 응답, SNR, THD 수치에서 인간 청각의 한계를 모두 훨씬 초과한다. 즉 두 포맷 모두 청각적으로 '충분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AudioScienceReview의 측정 데이터를 포함한 다수의 객관적 평가에서는 동일한 DAC 하드웨어를 사용할 때 PCM과 DSD의 측정 성능이 엇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 PCM이 더 낮은 노이즈 플로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취자들이 동일한 마스터링에서 DSD 버전을 선호한다고 보고한다. 이 청감 차이는 포맷 자체의 우열보다, DSD 음원의 마스터링 과정에서 적용되는 처리 방식과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SACD용 DSD 마스터링은 CD와 별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마스터링 결과물을 갖는다. 포맷보다 마스터링의 품질이 최종 음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오디오 엔지니어 사이에서 폭넓게 공유되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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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맷 논쟁의 끝은 결국 이 자리, 귀 앞에서 결정된다. |
실사용 환경에서 PCM과 DSD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음원 라이브러리와 재생 환경을 기준으로 포맷 선택의 실용적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면 사실상 PCM 환경이다. Tidal, Apple Music, Qobuz 등의 하이파이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두 PCM 기반으로 최대 192kHz/24bit 수준의 MQA 또는 FLAC 스트리밍을 제공한다. DSD 음원은 NativeDSD, HDtracks, e-Onkyo 같은 음원 스토어에서 구매하는 형태가 주류다.
DSD 재생에 투자하려면 DAC의 네이티브 DSD 지원 여부, ASIO 드라이버 지원, 그리고 플레이어 소프트웨어의 DSD 출력 경로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DSD 음원을 구매해도, 실제로는 PCM으로 변환된 소리를 듣게 된다. 반면 PCM은 어떤 DAC와 플레이어 조합에서도 기본적으로 재생 가능하며, 비트 퍼펙트 환경만 갖추면 하드웨어 투자 대비 음질 효율이 높다. 결국 포맷 선택은 음원 라이브러리와 보유 장비, 그리고 얼마나 깊이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결정한다. PCM과 DSD, 어느 쪽 길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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