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앰프란 무엇인가 턴테이블 시스템의 숨겨진 병목

LP 시스템에서 가장 자주 무시되는 기기

턴테이블을 업그레이드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트리지나 턴테이블 본체를 먼저 봅니다. 포노앰프는 그다음입니다. 심지어 포노앰프가 뭔지 모르는 상태로 LP를 즐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를 써도 포노앰프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LP 시스템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기기가 포노앰프입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홈 오디오 랙에서 턴테이블과 앰프 사이에 배치된 소형 외장 포노 프리앰프 아웃포커싱 클로즈업 에디토리얼 샷
포노앰프는 작지만 LP 시스템의 성격을 결정하는 기기다


포노앰프가 하는 일, 두 가지입니다

턴테이블 카트리지에서 나오는 신호는 매우 약합니다. 일반적인 오디오 기기가 출력하는 라인 레벨 신호와 비교하면 수십 분의 일 수준입니다. 이 신호를 그냥 앰프에 연결하면 소리가 거의 나지 않거나, 볼륨을 한껏 올려도 이상한 소리만 납니다. 포노앰프의 첫 번째 역할은 이 미세한 신호를 라인 레벨까지 증폭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RIAA 이퀄라이제이션입니다. LP를 만들 때는 저음을 줄이고 고음을 키워서 홈에 새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음이 너무 커서 홈 폭이 좁아지고, 바늘이 제대로 추적하지 못합니다. 재생할 때는 이 과정을 반드시 반대로 되돌려야 합니다. 줄였던 저음을 다시 키우고, 키웠던 고음을 다시 줄여야 원래 음악 소리가 나옵니다. 이 보정 작업을 RIAA 이퀄라이제이션이라고 하고, 포노앰프가 이것을 담당합니다.

증폭과 RIAA 보정, 이 두 가지가 없으면 LP는 제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포노앰프가 LP 시스템의 병목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호 경로에서 가장 먼저 소리를 만지는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MM/MC 전환 스위치와 입출력 RCA 단자가 보이는 포노 프리앰프 후면 패널 아웃포커싱 클로즈업 에디토리얼 샷
MM과 MC 카트리지에 따라 포노앰프의 게인 설정이 달라져야 한다


MM과 MC, 어떤 카트리지를 쓰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포노앰프를 고를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MM과 MC 지원 여부입니다. MM은 Moving Magnet, MC는 Moving Coil의 약자입니다. 두 방식은 카트리지 내부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다르고, 출력 신호의 크기도 다릅니다.

MM 카트리지는 출력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대부분의 입문용 포노앰프가 MM을 지원합니다. Audio-Technica VM95 시리즈나 Ortofon 2M 시리즈처럼 입문자가 많이 사용하는 카트리지들이 MM 방식입니다. MC 카트리지는 출력이 훨씬 낮습니다. 그만큼 더 높은 게인, 즉 증폭이 필요합니다. MC를 지원하지 않는 포노앰프에 MC 카트리지를 연결하면 소리가 너무 작거나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입문 단계에서는 MM 카트리지와 MM 지원 포노앰프 조합으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나중에 MC 카트리지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지면 그때 MM/MC 겸용 포노앰프로 교체하거나, MC 전용 스텝업 트랜스포머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턴테이블 포노앰프 인티앰프가 RCA 케이블로 순서대로 연결된 한국 홈 아날로그 LP 시스템 아웃포커싱 클로즈업 에디토리얼 샷
포노앰프는 LP 신호 경로의 첫 번째 관문이자 음색을 결정하는 기점이다


내장형에서 외장형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을 쓰다가 외장 포노앰프를 추가했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배경이 조용해진다는 것입니다. 내장 포노앰프는 턴테이블 모터나 전원부에서 나오는 노이즈의 영향을 받습니다. 볼륨을 올렸을 때 음악이 없는 구간에서 들리던 희미한 잡음이 외장 포노앰프로 교체하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두 번째 변화는 소리의 분리감입니다. 악기들이 각자의 공간에 더 또렷하게 자리 잡는 느낌이 납니다. 피아노와 보컬이 뭉쳐있던 것이 각각 다른 위치에서 들리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는 저음입니다. 내장 포노앰프에서는 저음이 그냥 묵직하게 뭉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장 포노앰프로 바꾸면 저음의 질감이 더 선명해지고, 베이스 라인이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분명해집니다.

이 변화들은 카트리지를 업그레이드했을 때와는 다른 방향의 변화입니다. 카트리지 업그레이드가 소리의 색깔을 바꾼다면, 포노앰프 업그레이드는 소리의 바탕을 정리해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카트리지보다 포노앰프를 먼저 바꿔야 하는 경우

LP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고민할 때 많은 분들이 카트리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시스템에서 소리가 전체적으로 흐릿하거나, 볼륨을 올렸을 때 배경 노이즈가 신경 쓰이거나, 악기 분리가 아쉽다면 포노앰프를 먼저 교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좋은 카트리지를 달아도 포노앰프가 그 신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카트리지의 성능이 소리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포노앰프는 신호 경로의 가장 앞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생긴 노이즈나 왜곡은 이후 경로에서 증폭될 뿐 제거되지 않습니다. 카트리지를 올리기 전에 포노앰프가 충분한 수준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업그레이드 순서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입문용 외장 포노앰프는 5만 원대부터 시작합니다. iFi Audio의 ZEN Phono나 Cambridge Audio Alva Duo처럼 10만 원대 중반에서 확실한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턴테이블 본체를 바꾸기 전에 포노앰프 하나를 추가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시스템에서 전혀 다른 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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