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 턴테이블, 편하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이유

가장 쉬워 보이는 선택이 가장 비싼 실수가 되는 경우

LP를 처음 시작하고 싶은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검색 결과 상단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올인원 턴테이블입니다. 스피커가 안에 들어있고, 전원만 켜면 바로 소리가 납니다. 가격도 부담 없습니다. 그런데 LP를 좋아하게 된 뒤에 이 제품을 산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음질이 아쉬워서가 아닙니다. 소중하게 모은 LP가 손상됐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홈 선반 위 소형 스피커 내장 슈트케이스형 올인원 턴테이블 아웃포커싱 클로즈업 에디토리얼 샷
편리함이 최우선이라면 올인원도 선택이지만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올인원 턴테이블의 진짜 문제는 카트리지입니다

저가 턴테이블 헤드셸에 장착된 세라믹 카트리지 아웃포커싱 클로즈업 에디토리얼 샷
올인원 턴테이블에 탑재된 세라믹 카트리지는 LP 홈을 빠르게 마모시킨다


올인원 턴테이블에 탑재된 카트리지는 대부분 세라믹 카트리지입니다. 세라믹 카트리지가 문제인 이유는 트래킹 포스 때문입니다. 트래킹 포스란 바늘이 LP 홈을 누르는 힘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홈에 가하는 부담이 적습니다.

일반적인 MM 카트리지의 트래킹 포스는 1.5g에서 2.5g 수준입니다. 세라믹 카트리지는 다릅니다. 4g에서 많게는 7g까지 올라갑니다. 이 차이가 LP 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판을 한 번 틀 때마다 바늘이 홈을 훨씬 강하게 누르며 지나갑니다. 재생할수록 홈이 빠르게 마모됩니다. 한번 손상된 LP 홈은 복구가 되지 않습니다.

음질이 좋지 않은 것은 교체하면 해결되지만, 홈이 긁힌 LP는 어떤 좋은 바늘로 틀어도 원래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올인원으로 자주 듣던 LP를 나중에 제대로 된 턴테이블로 다시 틀었을 때 소리가 이상하다면, 이미 홈이 손상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장 스피커의 한계, 그리고 피드백 문제

올인원 턴테이블에 내장된 스피커는 공간을 채우는 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크기가 작고 출력도 낮습니다. 고음과 저음의 분리가 잘 되지 않아 소리가 뭉쳐서 들립니다. 처음에는 괜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스피커로 LP를 들어본 뒤에는 그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더 큰 문제는 피드백입니다. 스피커가 턴테이블 본체에 붙어 있으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진동이 그대로 턴테이블 플래터에 전달됩니다. 그 진동을 바늘이 다시 읽어서 소리로 출력합니다. 볼륨을 높일수록 이 현상이 심해집니다. 소리가 울리거나 불안정하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분리형 시스템에서는 스피커와 턴테이블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업그레이드가 막혀있는 구조

올인원 턴테이블은 대부분 카트리지 교체가 되지 않습니다. 바늘이 닳아도 동일 제품의 순정 교체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소리에 욕심이 생겨서 더 좋은 카트리지로 바꾸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내장 스피커를 외부 스피커로 바꿀 수도 없고, 앰프를 교체할 수도 없습니다. LP가 좋아질수록 기기 전체를 새로 사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분리형 시스템은 다릅니다. 턴테이블, 앰프, 스피커 중 하나씩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카트리지만 바꿔도 소리가 달라지고, 앰프를 바꿔도 달라집니다. 예산이 생길 때마다 한 부분씩 개선해 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올인원은 그 재미가 처음부터 막혀 있습니다.

독립형 턴테이블과 인티앰프를 연결하는 RCA 케이블 커넥터 아웃포커싱 클로즈업 에디토리얼 샷
조금 더 복잡하지만 분리형 시스템이 LP와 바늘 모두를 지킨다


그렇다면 올인원을 사도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

올인원 턴테이블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LP를 진지하게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테리어 오브제로 두고 가끔 분위기 낼 때 트는 용도라면 올인원으로 충분합니다. 판을 아끼지 않아도 되는 상황, 예를 들어 중고 LP 몇 장을 가볍게 틀어보는 것이 전부라면 올인원의 편의성이 단점을 앞섭니다. 어린이 방에서 아이가 직접 판을 올리는 경험을 위한 용도라면 부담 없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LP 컬렉션을 늘려갈 생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끼는 판이 한 장이라도 있다면, 그 판에 올인원 턴테이블을 올리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분리형으로 시작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분리형 시스템이 복잡하고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 하나와 앰프가 내장된 파워드 스피커 한 쌍이면 됩니다. RCA 케이블로 연결하면 끝입니다. 올인원보다 구성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뿐입니다. 가격 차이도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Audio-Technica AT-LP60X와 에디파이어 같은 브랜드의 파워드 북셸프 스피커를 조합하면 올인원과 비슷한 예산으로 훨씬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LP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생겼다면, 처음 선택이 나중을 결정합니다. 올인원의 편리함보다 LP 홈이 손상되지 않는 환경이 먼저입니다. 판이 멀쩡해야 소리도 오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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