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라는 말이 이 스피커 앞에선 부족하다
10만 원대 스피커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이 가격이면 이 정도'라는 타협을 전제로 제품을 고른다. 에디파이어 MR4는 그 전제를 뒤흔든다.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 가격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스피커, 그것이 MR4가 데스크파이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다. 하지만 MR4를 박스에서 꺼내 그냥 연결하는 것과, 제대로 세팅해서 듣는 것 사이엔 꽤 큰 차이가 있다. 이 글은 그 간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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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파이어 MR4는 10만 원대 가격에 스튜디오 모니터의 감각을 책상 위로 불러온다. |
에디파이어 MR4는 4인치 우퍼와 1인치 실크 트위터를 탑재한 액티브 니어필드 모니터 스피커다. 총출력은 21W RMS로 책상 환경에선 충분한 볼륨을 낸다. 스튜디오 모니터 설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소리의 방향성 자체가 일반 멀티미디어 스피커와 다르다. 음악을 예쁘게 포장해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재생하는 것에 가깝다. 처음 들으면 저음이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모니터 스피커의 본래 특성이다.
MR4의 주파수 응답 특성 이해하기
MR4의 공식 주파수 응답은 52Hz~20kHz다. 실측 기준으로는 100Hz 이하 저음이 점진적으로 감쇠하는 전형적인 소형 모니터 특성을 보인다. 저음이 약하다기보다는 과장 없이 정직하게 재생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중음역대는 매우 평탄하고 선명하며, 보컬과 어쿠스틱 악기의 질감 표현이 특히 우수하다. 고음은 과하게 강조되지 않아 장시간 청취 피로감이 낮다.
이 특성을 이해하면 이후 EQ 보정 방향도 자연스럽게 잡힌다. MR4를 더 풍성하게 들으려면 저음을 억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저음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청취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이 EQ다.
스피커 위치와 배치: 소리의 50%는 여기서 결정된다
MR4를 제대로 듣고 싶다면 배치부터 다시 봐야 한다. 스튜디오 모니터는 니어필드, 즉 청취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최적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돼 있다. 귀와의 거리는 60~80cm가 이상적이며, 두 스피커와 청취 위치가 정삼각형을 이루도록 배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트위터 높이는 귀 높이와 일치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MR4는 트위터가 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책상 위에 그냥 올려두면 트위터가 귀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고음 해상도와 음상 정위감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스피커 스탠드나 받침대를 활용해 높이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확연히 달라진다.
토인(Toe-in), 즉 스피커를 청취자 방향으로 약간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MR4의 경우 5~15도 정도 내향하면 음상이 중앙으로 모이고 스테레오 이미징이 선명해진다. 각도는 공간과 취향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아이솔레이션 패드: 작은 투자, 확실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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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솔레이션 패드 하나로 책상 진동을 차단하면 MR4의 저음 정확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
아이솔레이션 패드는 스피커 아래 깔아두는 방진 소재 패드다. MR4처럼 책상 위에 직접 올려두는 스피커는 진동이 책상 표면을 통해 전달되고, 그 진동이 다시 공기를 타고 소리에 섞이면서 저음이 뭉개지는 현상이 생긴다. 아이솔레이션 패드는 이 진동 전달 경로를 끊어준다.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제품은 Auralex MoPAD, IsoAcoustics ISO-155, 모니터오디오 전용 패드 등이다. 가격은 2만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IsoAcoustics 제품은 각도 조절 기능이 있어 앞서 말한 트위터 높이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패드를 깔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저음의 정확도와 선명도 차이가 꽤 분명하게 느껴진다.
연결 방식: TRS로 바꾸면 소리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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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S 밸런스드 입력을 지원하는 MR4의 후면 패널. 연결 방식 하나만 바꿔도 소리가 달라진다. |
MR4는 후면에 TRS 밸런스드 입력과 RCA 언밸런스드 입력을 모두 지원한다. PC나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연결할 때 어떤 케이블을 쓰느냐에 따라 노이즈 수준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RCA 케이블은 언밸런스드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케이블 길이가 길어질수록, 또는 주변 전자기기 노이즈가 많을수록 험(hum)이나 화이트 노이즈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TRS 밸런스드 케이블은 신호를 두 가닥으로 보내 노이즈를 상쇄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기적으로 더 깨끗한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PC에서 바로 연결할 경우 3.5mm to TRS 케이블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PC의 3.5mm 출력 자체가 언밸런스드이기 때문에 완전한 밸런스드 전송은 아니지만, 케이블 품질과 길이 관리만 잘 해도 노이즈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TRS to TRS 케이블로 완전한 밸런스드 연결이 가능하다.
EQ 보정: MR4의 소리를 내 공간에 맞추는 방법
MR4의 사운드 튜닝을 위해 소프트웨어 EQ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무료 툴은 Equalizer APO(Windows)와 eqMac(Mac)다. 두 프로그램 모두 파라메트릭 EQ 기능을 지원해서 특정 주파수 대역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MR4에 자주 적용하는 EQ 설정은 다음과 같다. 80~100Hz 구간을 2~3dB 정도 부스트하면 저음 부족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200~300Hz 구간은 오히려 약간 컷해주면 중저음의 선명도가 올라간다. 8kHz 이상 고음역은 공간과 귀 피로도에 따라 소량 조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부스트는 금물이라는 점이다. 스피커 유닛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EQ는 왜곡을 만든다.
REW(Room EQ Wizard)와 같은 측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실제 청취 위치에서 마이크로 주파수를 측정한 뒤 EQ를 적용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세팅해두면 내 공간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MR4에 어울리는 DAC·인터페이스 조합
MR4는 자체 성능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입력 소스의 품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PC 내장 사운드카드로 연결하면 MR4 본래의 해상력을 다 끌어내기 어렵다. 10~20만 원대 외장 DAC나 오디오 인터페이스 한 대가 MR4의 잠재력을 제대로 열어준다.
음악 감상 중심이라면 iFi Audio ZEN DAC V2나 FiiO K5 Pro ESS와 같은 데스크탑 DAC 앰프가 적합하다. 팟캐스트, 영상 편집, 보이스 작업까지 병행한다면 Focusrite Scarlett 2i2나 PreSonus AudioBox USB 96 같은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더 유연한 선택이다. 인터페이스는 마이크 입력도 지원하기 때문에 하나의 장비로 녹음과 재생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MR4, 완성형이 아닌 출발점
에디파이어 MR4는 단순히 싸고 좋은 스피커가 아니다. 제대로 된 세팅 아래서는 이 가격대의 경쟁 제품들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선명하고 정확한 소리를 들려준다. 배치를 바꾸고, 패드를 깔고, 케이블을 정리하고, EQ를 조정하는 과정 자체가 데스크파이의 재미이기도 하다. 소리를 다듬는 것이 장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조율하는 경험이 된다.
MR4로 시작했다면 이미 준비는 된 것이다. 지금 세팅에서 가장 먼저 바꿔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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