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장을 없애면 예뻐지는 이유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는 다릅니다
상부장 없는 주방 사진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혹합니다. 벽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답답했던 시야가 트이고, 다이닝 공간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 확실히 살아납니다. 특히 거실과 주방이 연결된 구조가 많은 전원주택에서는 이 개방감이 공간 전체의 인상을 좌우할 만큼 크게 작용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상부장을 없앤다는 결정을 개방감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정작 그 자리에 있던 그릇과 조미료, 소형 가전이 갈 곳을 잃습니다. 실제로 상부장을 걷어낸 뒤 수납 부족을 겪다가 결국 다시 장을 들이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구조가 성공하는지는 얼마나 비웠는가가 아니라, 그 수납을 어디로 정확히 옮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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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부장을 없앤 벽면은 그 자체로 주방의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됩니다. |
이번 글에서는 상부장을 없앤 자리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지, 그리고 전원주택의 넓은 다이닝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주방을 만드는 방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수납은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간 것입니다
상부장이 사라진 자리의 수납은 대부분 하부장과 아일랜드로 넘어갑니다. 이때 기존의 여닫이 하부장을 그대로 두면 안쪽 깊숙한 곳에 물건이 묻혀 오히려 사용성이 떨어집니다. 여닫이 대신 서랍형 하부장으로 바꾸면 같은 면적에서도 수납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서랍을 완전히 당겨 열 수 있어 안쪽 물건까지 한눈에 파악됩니다.
아일랜드가 있는 구조라면 그 하부 공간의 활용도가 특히 중요합니다. 아일랜드는 폭이 최소 90센티미터 이상 확보되어야 조리와 식사 겸용으로 무리 없이 쓸 수 있는데, 이 정도 폭이면 하부에 여러 단의 서랍이나 수납장을 넣어도 충분한 깊이가 나옵니다. 상부장 하나를 없애는 대신, 아일랜드 하부 수납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편이 실질적인 대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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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하부의 서랍 구성이 상부장 없이도 수납을 채워줍니다. |
상부장 대신 세로로 수납을 채우는 법
벽면 전체의 상부장을 없애기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전체를 다 걷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냉장고나 싱크대 한쪽 끝에 폭이 좁고 천장까지 닿는 키큰장 하나만 세워도 상당한 수납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폭 60센티미터, 높이 210센티미터 이상의 키큰장이면 자주 쓰지 않는 대형 그릇이나 보관용 식료품까지 여유 있게 담깁니다.
이 키큰장의 도어를 하부장과 동일한 톤과 소재로 맞추면, 별도의 수납 가구처럼 튀지 않고 주방 전체의 라인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벽면 전체를 비우는 대신, 한쪽 면에만 세로로 수납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개방감과 수납량을 동시에 챙기는 현실적인 절충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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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로 없앤 수납은 세로로 채우면 티 나지 않게 회복됩니다. |
벽면이 드러난 만큼, 마감재 선택이 중요해집니다
상부장이 걷어진 벽면은 그 자체로 주방의 얼굴이 됩니다. 기름이 튀기 쉬운 조리대 위쪽 벽면이라면, 오염에 강한 무광 실크 페인트나 대형 포세린 타일로 마감하는 편이 관리 부담을 줄여줍니다. 백스플래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기보다 큰 판 하나로 이어 마감하면, 이음새가 최소화되면서 벽면 전체가 훨씬 정돈되어 보입니다.
조명도 상부장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상부장 하단에 숨어 있던 조리대 조명이 사라지는 만큼, 천장에 매입 조명을 조리대 라인을 따라 배치하거나 벽면에 얇은 라인 조명을 더해 손끝이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도록 보완하는 편이 좋습니다.
동선을 먼저 그리고 수납을 배치합니다
상부장을 없애는 설계에서 가장 흔히 놓치는 부분이 동선입니다. 냉장고와 싱크대, 조리대가 지나치게 멀어지면 개방감은 살아도 실제 요리 과정은 번거로워집니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고 싱크대에서 씻은 뒤 조리대로 옮기는 삼각형의 동선이 짧게 유지되어야, 수납을 어디에 분산시키든 실사용에서 불편함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삼각 동선을 먼저 확정한 다음 서랍장과 키큰장, 아일랜드 수납의 위치를 정하는 순서가 실패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예쁘게 비운 벽면보다, 요리할 때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 자리에 필요한 도구가 있는 주방이 결국 오래 만족스럽습니다.
다이닝 공간까지 이어지는 개방감
전원주택은 주방과 다이닝, 거실이 하나의 큰 공간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상부장이 사라지면, 주방에 서 있을 때도 다이닝 테이블과 그 너머 창밖 풍경까지 시야가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요리하는 사람이 더 이상 벽을 보고 고립되지 않고, 공간 전체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결국 상부장을 없애는 결정은 수납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수납의 자리를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재배치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 주방은 비로소 넓어 보이는 동시에 실제로도 쓰기 편한 공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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