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레조 음원, 어떤 기기가 있어야 의미가 있을까요?

하이레조 음원을 샀는데, 제대로 듣고 있는 걸까요

타이달이나 애플 뮤직에서 24bit/192kHz 하이레조 음원을 스트리밍하고 있는데, 사실 그 음원이 제대로 재생되고 있는지 확인한 적이 있으신가요. 하이레조 음원 파일 자체는 높은 해상도 데이터를 담고 있지만, 그 데이터가 실제로 소리로 재현되려면 재생 경로의 모든 단계가 하이레조를 지원해야 합니다. 음원 파일, 재생 앱,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앰프, 이어폰 또는 헤드폰까지 이어지는 이 경로 중 어느 한 단계라도 하이레조를 처리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나오는 소리는 하이레조가 아닙니다. 하이레조 스트리밍을 켜놓고 실제로는 CD 품질이나 그 이하로 듣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하이레조 오디오 플레이어와 프리미엄 이어폰, DAC 동글이 놓인 홈 데스크
FLAC과 MP3의 차이가 들리는 순간은 생각보다 구체적인 조건 안에 있습니다


하이레조의 정의부터 확인합니다

하이레조 오디오(Hi-Res Audio)는 CD 품질인 16bit/44.1kHz를 초과하는 음원을 말합니다. 국제 오디오 업계의 공인 기준(Japan Audio Society, CEA, JEITA 공동 정의)으로는 24bit 이상에 96kHz 이상의 샘플링 레이트를 갖춘 음원을 하이레조로 분류합니다. 즉, 24bit/48kHz는 비트 뎁스는 높지만 샘플링 레이트가 96kHz 미만이므로 하이레조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하이레조의 최소 기준은 24bit/96kHz이며,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24bit/192kHz는 이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최고 수준입니다.

비트 뎁스(bit depth)와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가 각각 어떤 의미인지 간단히 짚겠습니다. 비트 뎁스는 소리의 다이나믹 레인지, 즉 가장 조용한 소리와 가장 큰 소리 사이의 폭을 결정합니다. 16bit는 약 96dB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24bit는 약 144dB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샘플링 레이트는 1초당 소리를 몇 번 포착하는지입니다. 44.1kHz는 1초에 44,100번, 192kHz는 192,000번 포착합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주파 영역까지 더 정밀하게 표현됩니다.

재생 앱에서 이미 리샘플링이 일어납니다

하이레조 음원 재생에서 가장 흔하게 놓치는 함정이 재생 앱 단계에서 일어납니다. Android 스마트폰의 경우, 운영체제 내부의 표준 오디오 출력 인터페이스인 AudioTrack은 기본적으로 48kHz/16bit로 신호를 처리합니다. 이 경로를 통과하는 음악 앱은 하이레조 음원을 자동으로 48kHz로 다운샘플링해 출력합니다. 타이달이나 애플 뮤직 앱이 화면에 '24bit/192kHz'라고 표시하더라도, Android 기본 오디오 경로를 거치는 한 실제 출력은 48kHz로 낮아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OS 오디오 믹서를 우회해 DAC에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USB Audio Player Pro(UAPP) 같은 전용 앱이 필요합니다.

iPhone도 비슷한 제약이 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USB-C 또는 Lightning to 3.5mm 어댑터는 최대 24bit/48kHz까지만 지원합니다. 96kHz 또는 192kHz 음원은 이 어댑터를 통과하면서 48kHz로 자동 변환됩니다. 아이폰에서 하이레조를 제대로 재생하려면 96kHz 이상을 지원하는 외부 DAC 동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iOS 기기에서는 애플 뮤직 앱이 비트퍼펙트 출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외부 DAC만 연결하면 추가 앱 없이도 하이레조 재생이 가능합니다.

노트북 화면에서 두 가지 오디오 파형을 비교하는 한국 여성
파형 데이터의 차이가 항상 청음 차이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DAC가 지원해야 하는 최소 스펙

재생 앱이 하이레조 신호를 제대로 출력하더라도, 그 신호를 받아서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DAC가 해당 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DAC를 구매할 때 확인해야 하는 항목은 지원 최대 샘플링 레이트입니다. 하이레조 재생의 최소 조건은 24bit/96kHz 지원입니다. 타이달이나 애플 뮤직의 최고 해상도인 24bit/192kHz까지 온전히 재생하려면 192kHz를 지원하는 DAC가 필요합니다.

소형 DAC 동글 중에서도 이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이 늘고 있습니다. FiiO KA11처럼 3~4만 원대 제품도 최대 32bit/384kHz를 지원하여 192kHz 하이레조를 충분히 수용합니다. 애플 USB-C 어댑터는 최대 24bit/48kHz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하이레조 재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DAC 제품의 스펙 표에서 'Max Sample Rate' 또는 '최대 샘플링 레이트' 항목을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확인 사항입니다. 이 수치가 96kHz 미만이면 하이레조 재생이 불가능하고, 192kHz 이상이면 현재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고 해상도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과 헤드폰도 체인의 일부입니다

DAC까지 갖췄다면 마지막 단계는 이어폰 또는 헤드폰입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입력받은 아날로그 신호를 물리적인 진동으로 변환해 소리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드라이버(소리를 만드는 진동판)의 해상도가 낮으면 DAC에서 정밀하게 처리된 신호의 미세한 차이가 소리로 재현되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하이레조의 추가적인 정보량이 실제 청감 차이로 이어지는지가 결정됩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경우 제품 스펙에 '하이레조 인증'이 표시된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 인증은 Japan Audio Society 기준으로 40kHz 이상의 주파수 재생 능력을 갖춘 제품에 부여되는데, 하이레조 재생의 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드라이버의 해상도와 왜곡 특성이 실제 청감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대략적인 기준으로, 국내 시장 기준 10만 원 이상 구간의 이어폰부터 하이레조 음원의 정밀한 정보량이 청감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오디오 커뮤니티의 경험적 기준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무선 전송 과정에서 재압축이 발생하기 때문에, 하이레조 재생 체인의 마지막 단계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이엔드 헤드폰과 DAC 앰프로 비교 청음에 집중하는 한국 여성
FLAC의 가치는 음악 장르와 청음 기기 수준이 맞아야 드러납니다


지금 내 환경에서 하이레조가 실제로 재생되는지 확인하는 법

현재 하이레조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재생 중인 화면에서 실제 출력 해상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타이달에서는 재생 중인 곡의 정보를 탭하면 현재 스트리밍 해상도와 실제 출력 해상도를 각각 표시합니다. 두 수치가 다르다면 중간 어딘가에서 리샘플링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애플 뮤직 iOS 앱에서는 재생 중인 화면에서 품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Hi-Res Lossless'로 표시되면 96kHz 이상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입니다. Android 기기를 쓰는 경우, 개발자 옵션에서 오디오 출력 샘플링 레이트를 확인하거나 UAPP 같은 전용 앱의 출력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이레조 재생을 위한 최소 구성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하이레조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플랫폼과 요금제, 24bit/96kHz 이상을 지원하는 외부 DAC 동글, 하이레조 출력을 우회 없이 전달하는 재생 앱(iOS의 경우 기본 앱으로 가능, Android는 UAPP 등 전용 앱 권장), 그리고 해상도가 충분한 유선 이어폰 또는 헤드폰입니다. 이 네 가지가 갖춰진 상태에서야 하이레조 음원 안에 담긴 정보가 경로의 끝까지 온전히 전달됩니다. 하이레조 스트리밍 요금제를 구독했다면, 그 다음 확인할 것은 요금제가 아니라 재생 경로입니다.


젠틀맨바이브의 다른 글들을 만나보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추천 드립니다.


가꾸고 꾸미고
소리와 공간이 만나는 곳
새로 만든 나의 일상
[젠틀맨바이브 | 소리와 공간]
© GENTLEMANVIB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