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테크니카 LP60X vs LP120X 첫 턴테이블 선택 기준

두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

오디오테크니카 LP60X와 LP120X를 놓고 고민하는 글이 오디오 커뮤니티에 꽤 자주 올라온다. 대부분의 댓글은 "조금 더 모아서 LP120X 가세요"로 끝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조언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도 아니다. 두 제품의 차이는 가격 차이가 아니라 쓰임새의 방향 차이에 가깝다. 어떤 방식으로 LP를 즐기려는지를 먼저 정하면,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정해진다.

입문용 턴테이블 에디토리얼 샷
제품의 가격 차이는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방향의 차이다


LP60X가 하는 일, LP120X가 하는 일

LP60X는 완전 자동 턴테이블이다. 레버를 당기면 톤암이 알아서 LP 위로 이동하고, 판이 끝나면 톤암이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사용자가 신경 써야 할 것이 거의 없다. 전원 켜고, 판 올리고, 레버 당기면 음악이 나온다. 이 단순함이 LP60X의 핵심 가치다.

LP120X는 다르다. 톤암을 직접 내려야 하고, 카운터웨이트(톤암 뒤쪽의 추)를 돌려서 바늘이 판에 가하는 압력을 직접 맞춰야 한다. 안티스케이팅(바늘이 안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장치)도 조절해야 한다. 처음 세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조절 자체가 버거울 수 있다. 대신 카트리지를 교체할 수 있고, 바늘 압력을 정밀하게 맞출 수 있고, 나중에 더 좋은 카트리지로 올라가는 길이 열린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LP60X는 음악을 트는 기기이고 LP120X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기기다.

카운터웨이트와 안티스케이트 다이얼이 보이는 수동 조절 턴테이블 톤암 에디토리얼 샷
수동 톤암 조절 기능이 있는 모델은 바늘 교체와 업그레이드 폭이 넓어진다


LP60X가 맞는 사람

턴테이블을 인테리어 오브제처럼 두고, 퇴근 후 판을 올려서 음악을 듣는 것이 목적이라면 LP60X로 충분하다. 오디오 시스템에 큰 관심이 없고, 그냥 LP라는 매체를 편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LP60X가 더 맞다. 복잡한 세팅 없이 바로 소리가 나야 하는 상황, 예를 들어 거실에 놓고 가족 모두가 가끔 사용하는 용도라면 자동 구동 방식이 훨씬 편하다.

가격도 무시하기 어렵다. LP60X는 국내 기준 15만 원대 안팎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 처음에 너무 많은 돈을 쓰지 않고 LP라는 포맷을 먼저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합리적인 시작점이다. LP60X로 시작해서 LP를 진짜 좋아하게 되면 그다음에 더 좋은 기기로 넘어가면 된다.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맞는 순서일 수 있다.

LP120X가 맞는 사람

LP120X는 카트리지 교체가 가능한 S자형 톤암을 쓰고, 카운터웨이트와 안티스케이팅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 이 구조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지금 달려 있는 VM95E 카트리지보다 더 좋은 카트리지로 바꿀 때 턴테이블을 다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바늘만 교체하거나, 카트리지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세팅을 조금 더 정밀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소리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

오디오에 관심이 있고, 나중에 외장 포노앰프를 추가하거나 앰프 시스템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미 있다면 처음부터 LP120X를 선택하는 것이 낭비가 없다. LP60X로 시작했다가 LP120X로 넘어가면, LP60X를 되팔더라도 차액이 발생한다. 처음부터 확장 가능성이 있는 기기를 고른다면 그 과정이 생략된다.

USB 녹음 기능도 LP120X에만 있다. 가지고 있는 LP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서 보관하거나 스트리밍 환경에서도 즐기고 싶다면 이 기능이 유용하다. 오래된 판을 보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작지 않은 차이다.

LP 레코드가 올려진 턴테이블과 액티브 스피커가 갖춰진 한국 홈 데스크 LP 셋업 에디토리얼 샷
첫 턴테이블 선택은 지금 당장의 음질보다 앞으로의 확장성을 봐야 한다


커뮤니티 단골 질문에 대한 답

"LP60X로 시작했다가 LP120X로 넘어가는 게 낭비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목적에 달려 있다. LP를 편하게 듣는 것이 목적이었고 LP60X로 그걸 잘 하고 있었다면, 굳이 LP120X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 LP60X는 그 자체로 완결된 기기다. 반대로 LP를 들으면서 소리에 욕심이 생기고, 카트리지가 뭔지 궁금해지고, 바늘 압력이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졌다면, 그건 LP120X가 필요해진 신호다. 이 경우에는 LP60X에서 LP120X로 넘어가는 것이 낭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다.

두 제품을 단순히 저가형과 고가형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LP60X는 단순함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완성형이고, LP120X는 시스템을 키워가고 싶은 사람을 위한 출발점이다. 같은 선상에 있는 두 제품이 아니다.

하나만 고른다면

LP를 취미로 진지하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처음부터 LP120X를 고르는 편이 낫다. 이유는 간단하다. LP120X는 나중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LP60X는 그 길이 닫혀 있다. 지금 당장의 음질 차이보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면, 두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반면 LP를 그냥 편하게 즐기는 것이 전부라면, LP60X를 선택하고 남은 예산을 스피커에 쓰는 것이 전체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턴테이블에 돈을 더 쓰는 것보다 스피커 퀄리티가 올라갈 때 소리의 변화가 훨씬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첫 턴테이블 선택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지금 자신이 LP를 어떻게 쓰고 싶은지를 솔직하게 생각해보면, 두 제품 중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 선택인지는 생각보다 빨리 보인다.


젠틀맨바이브의 다른 글들을 만나보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추천 드립니다.


가꾸고 꾸미고
소리와 공간이 만나는 곳
새로 만든 나의 일상
[젠틀맨바이브 | 소리와 공간]
© GENTLEMANVIBE. ALL RIGHTS RESERVED.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