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ens infeed Desk

디카페인 커피는 맛이 없다는 편견 — 가공 방식을 알면 선택이 달라진다

맛을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 디카페인 커피가 달라진 이유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잔다는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디카페인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디카페인이라는 말에 왠지 맛없는 커피의 이미지가 따라붙습니다. 카페인을 뺐으니 당연히 맛도 빠졌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입니다. 실제로 예전의 디카페인 커피는 그랬습니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향미 성분도 함께 손실되어 평평하고 단조로운 맛이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디카페인 커피는 다릅니다. 가공 기술이 발전하고 스페셜티 로스터리들이 디카페인 원두에 진지하게 투자하면서, 맛의 완성도가 일반 원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디카페인 커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가공 방식을 거쳤는지와 어떤 원두를 선택하느냐입니다.

화이트 마블 위 핸드드립 드리퍼와 크래프트 원두 백 — 디카페인 홈카페 브루잉
좋은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 없이도 커피의 깊이를 온전히 전달합니다.


디카페인 가공 방식의 차이 — 무엇으로 카페인을 빼는가

카페인은 로스팅 전 생두 단계에서 제거됩니다. 생두를 특정 용매나 방식으로 처리해 카페인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나머지 향미 성분은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디카페인 가공의 목표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주요 방식은 네 가지로, 각각 사용하는 용매와 공정이 다르고 결과물의 맛 보존 수준도 차이가 납니다.

화이트 세라믹 볼 위 생두 그린 커피빈 클로즈업 — 디카페인 가공 전 원두
카페인은 로스팅 전 생두 단계에서 제거됩니다. 방식에 따라 맛의 손실 정도가 달라집니다.


솔벤트 방식은 화학 용매를 사용해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직접 방식과 간접 방식으로 나뉩니다. 직접 방식은 생두를 용매에 직접 담그는 방법이고, 간접 방식은 물에 생두를 담가 카페인과 향미 성분을 용해시킨 뒤 그 물에서 카페인만 용매로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나머지 성분을 생두에 다시 흡수시킵니다. 메틸렌 클로라이드와 에틸 아세테이트가 사용되는 용매입니다. 에틸 아세테이트는 과일에서 자연 발생하는 물질이기도 해 '내추럴 프로세스'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합성 에틸 아세테이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공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향미 보존 수준이 다른 방식에 비해 낮고, 미묘한 화학적 뉘앙스가 남을 수 있습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P)는 화학 용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가 향미 성분과 카페인을 모두 용해시킨 뒤, 이 물을 활성탄 필터로 통과시켜 카페인 분자만 선택적으로 제거합니다. 카페인이 제거된 물, 즉 그린 커피 에센스에 새로운 생두를 담그면 농도 차이에 의해 카페인만 물로 이동하고 향미 성분은 생두 안에 남습니다. 화학 용매를 쓰지 않아 유기농 인증이 가능하고 향미 보존 수준도 상당히 높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디카페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CO2 방식은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용매로 사용합니다. 높은 압력 아래에서 CO2가 액체 상태가 되어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용해시킵니다. 향미 성분은 손상 없이 생두 안에 보존됩니다. 가공 비용이 가장 높고 설비가 복잡하지만, 향미 보존 수준이 네 가지 방식 중 가장 뛰어납니다. 고품질 스페셜티 디카페인 원두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으로, 패키지에 'CO2 Decaf' 또는 'Supercritical CO2'로 표기됩니다.

가공 방식이 맛에 미치는 실제 영향

가공 방식의 차이는 실제 맛에서 어떻게 드러날까요. 솔벤트 방식은 향미 보존이 상대적으로 낮아 밋밋하거나 약간 화학적인 뒷맛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렴한 디카페인 커피에서 맛없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이 방식으로 가공된 원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는 향미 보존이 좋은 편이지만, 물을 통해 향미 성분이 일부 손실되는 과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원두 고유의 섬세한 향과 산미가 일반 원두보다 약해질 수 있습니다. CO2 방식은 향미 보존이 가장 뛰어나 일반 원두와의 차이가 가장 적습니다. 라이트 로스팅의 섬세한 과일향도 상당 부분 살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완벽한 향미 보존은 불가능합니다. 디카페인 가공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향미 손실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좋은 가공 방식과 좋은 원두가 만나면 그 손실이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작을 수 있습니다. 일반 원두로 내린 커피와 나란히 두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야 겨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디카페인이 이미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기대를 갖는 것입니다.

좋은 디카페인 원두를 고르는 기준

화이트 리넨 위 화이트 세라믹 컵 블랙 커피 스팀 — 디카페인 브루잉 완성
가공 방식과 산지, 로스팅 레벨을 확인하면 맛있는 디카페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가공 방식입니다. 패키지나 제품 설명에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나 CO2 방식이 명시되어 있다면 품질에 신경 쓴 제품입니다. 가공 방식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제품은 솔벤트 방식일 가능성이 높고, 가격이 현저히 낮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셜티 로스터리에서 판매하는 디카페인 원두는 대부분 가공 방식을 투명하게 표기합니다.

산지와 로스팅 레벨도 중요합니다. 디카페인이라고 해서 모든 산지가 균일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바디감이 풍부하고 산미가 온건한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산지의 원두가 가공 과정에서의 향미 손실을 상대적으로 덜 드러냅니다. 반면 에티오피아처럼 섬세한 산미와 꽃향이 특징인 원두는 디카페인 가공 후 그 개성이 많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스팅 레벨은 미디엄에서 미디엄 다크 사이가 디카페인에서 가장 안정적인 결과를 냅니다. 라이트 로스팅 디카페인은 향미 보존이 뛰어난 CO2 방식과 결합할 때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옵니다.

신선도도 일반 원두와 동일하게 중요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세포 구조가 일반 원두보다 더 많이 열립니다. 이 때문에 산화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로스팅 후 2주에서 4주 이내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봉 후에는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빠르게 소진하는 것이 원두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원두 패키지를 읽는 법 — 산지·로스팅·가공법이 실제 맛과 연결되는 방식에서 다룬 원두 선택의 기준이 디카페인 원두 선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현실적인 이유들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카페인에 민감해 오후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경우,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 심장 질환이나 불면증으로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하는 경우, 혹은 단순히 커피를 더 자주 마시고 싶은데 카페인 누적이 걱정되는 경우 등입니다. 어떤 이유든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금의 디카페인 커피가 보여주는 가능성입니다.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라면 첫 잔은 일반 원두로, 오후 이후에는 디카페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실용적입니다. 홈카페 환경에서 디카페인 원두를 별도로 갖춰두면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가져다주는 루틴의 안정감과 향의 만족을 카페인 없이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좋은 디카페인 커피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가치입니다.


GentlemanVibe의 더 많은 글들을 만나 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entlemanVibe입니다.
이 글이 ‘일상’을 더욱 쉽고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더 실전적인 기준과 팁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내 취향이 내 취미다. 
새로 만든 나의 일상 
[젠틀맨바이브 GentlemanVibe]
© GENTLEMANVIBE. ALL RIGHTS RESERVED.

댓글 쓰기

0 댓글